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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어렵게 성사된 복수노조ㆍ전임자에 관한 노사정 대타협이 국회 입법 논의 과정에서 합의안을 벗어나는 내용들이 추가되고 있어 노사정 합의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특히 한국노총은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공청회를 앞두고 11일 한나라당에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수정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노총의 수정 의견에는 타임오프제 적용 활동 범위를 확대하고 복수노조의 교섭창구 단일화 대상에서 초기업노조(상급노조)를 제외하는 등 4일 노사정의 합의와 다른 내용들이 담겨 있어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타임오프제 적용 대상에 근로자 대표 명시 요구=한노총은 한나라당의 개정안 제24조가 근로시간 면제 활동범위를 너무 좁게 규정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개정안 24조 3항은 '통상적인 노조관리 업무'와 '사용자와의 협의ㆍ교섭, 고충처리, 산업안전 등 노사 공동의 이해관계에 속하는 활동'에 한해 타임오프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한노총은 이 두 부분만을 법에 명시할 경우 세부 사항을 시행령에 담는다고 해도 기존의 노조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리업무'에서 '관리'를 삭제하고 '노사 공동의 이해관계에 속하는 활동' 대신 '근로자대표로서의 활동 시간'을 넣자고 주장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한노총의 한 관계자는 근로자대표로서의 활동 시간을 인정해달라는 것이 곧 전임자 인정 요구와 같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노조법에 노사 공동의 이해관계에 속하는 활동만 명시할 경우 조합원 권익향상을 위한 고유의 노조 활동은 불가능하다"면서 "다른 법률에서도 '근로자대표로서의 활동시간'을 '근로하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노동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신상진 의원은 "처음부터 전임자를 명시해 임금을 주는 방안에는 반대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다만 그는 "중소기업의 경우 타임오프제를 적용했는데 결과적으로 노조 전임자가 1명가량 나온다면 허용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노총 출신인 강성천 한나라당 의원 역시 "노동계에서 그런 주장을 하고 당이 수용한다고 해도 정부나 재계가 받아들일지 의문"이라며 개정안에 반영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대상에서 초기업노조 제외=한노총은 복수노조 관련 조항에 대해서는 창구단일화 대상 노조에서 초기업 노조를 제외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개정안 제29조 2의 1항은 창구단일화 대상과 관련해 "근로자가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 범위를 넘어서 조직된 노동조합에 가입한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을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한노총은 이렇게 되면 산별노조의 교섭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노총은 4일 노사정 합의 당시 '복수노조 교섭단위는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 해놓고 지금 와서 전혀 다른 주장을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노총은 노사정 합의 이후 노총 산하 금융산업노조와 같은 산별조직과 상대적으로 산별노조가 많은 민주노총으로부터 산별교섭을 무력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신 의원은 "노사정 합의에 충실해야 한다"면서 "초기업노조라 해서 창구단일화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예외를 자꾸 만들면 (노사정 합의의) 원점에서 멀어진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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