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윌리엄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창업자는 뉴욕 맨해튼에서 CNBC 주최로 열린 '딜리버링 알파' 콘퍼런스에 참석해 "중국 상황은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미국보다 훨씬 더 나쁘다"며 "섀도뱅킹(그림자금융) 팽창과 과도한 차입, 절박한 증시부양 노력 등을 감안하면 중국은 그리스보다 글로벌 경제에 훨씬 더 큰 위협요인"이라고 말했다. 애크먼은 중국의 올 2ㆍ4분기 성장률이 7%로 발표된 데 대해서도 "중국 통계의 투명성이 부족한데 누가 그 수치를 올바르다고 믿겠느냐"고 반문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 창립자인 폴 싱어 회장은 한술 더 떠 중국 증시가 대공황 직전인 1920년대 말 미 증시를 연상케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 정부의 주식 붐 조장, 광적인 투자열기는 이전의 미국과 비슷하다"며 "황소장이 아니라 제멋대로 가는 시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상하이증시의 80% 급등은 중국 정부의 조작에 의한 것으로 투자가들이 주가 수준을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다만 그는 "중국 사태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대재앙을 촉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도 "(최근 폭락에도) 중국 주가는 비싸다"며 "만약 중국 성장률이 앞으로 5년간 6%를 유지한다고 믿는다면 아마 저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중국의 저성장 국면이 고착될 것이라는 것이다.
뮤추얼펀드인 더블라인캐피털의 제프리 건들락 설립자도 "중국 증시는 1999년과 2000년 기술주 거품 붕괴 때와 비슷하다"며 "너무 변동성이 커 투자에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페리캐피털의 리처드 페리 창업자는 아예 "중국 증시는 일종의 게임으로 전락했다"며 "(시진핑 정부의 부패척결로) 마카오 카지노가 문을 닫는 바람에 증시가 카지노가 됐다"고 비꼬았다.
다만 이날 콘퍼런스에서 대다수 거물들이 비관론을 펼쳤지만 일각에서는 '저점매수의 기회'라는 주장도 나왔다. 헤지펀드인 이튼파크캐피털의 에릭 민디치 파트너는 "중국 당국이 주가 부양에 필요한 막대한 '실탄'을 보유하고 있다"며 "홍콩 증시에 상장한 중국 H주를 매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가 투자은행(IB)들도 주가 폭락이 실물경제의 혼란으로 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중국 기업이 증시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은 전체의 4.2%에 불과하다. 반면 은행 대출과 채권시장은 각각 76%, 10%에 이른다. 골드만삭스도 "중국인 가계가 대부분 주식에 투자하지 않고 은행에 저축하고 있어 소비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이번 증시 폭락이 올 3ㆍ4분기 성장률을 최대 0.5%포인트 하락시키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올리비에 블랑샤르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그동안 중국 증시가 급상승했기 때문에 주가가 또다시 요동칠 것"이라면서도 "중국 경제규모에 비해서는 부차적 문제(sideshow)에 불과하고 전반적인 성장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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