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을 계기로 새누리당에서 미국의 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야당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서울경제신문이 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물은 결과 여당은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더 늦춰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반면 야당은 리퍼트 대사 피습으로 '한미동맹 강화' 여론이 조성된 틈을 타 사드 도입을 재추진하려는 여당에 대한 비판 의견이 거셌다. 정부가 도입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동북아 군비경쟁 촉진 △중국과의 관계 악화 우려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나경원 외통위원장은 이날 사드 배치에 "찬성한다"면서 "정부가 빨리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 간사인 심윤조 의원은 "개인적 입장은 표명하지 않겠다"면서도 "사드 도입을 결정하는 데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국가안보에 대한 평가이지 한중·한미관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원유철 의원은 "이미 보도된 입장으로 갈음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원 의원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사드 배치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사드 도입은 미국의 자국 병사 보호 차원"이라며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 중국이 (설치에 반대하려면) 북한(핵 폐기)을 설득해야 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여당의 4선 중진 의원인 정병국 의원도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핵을 막기 위한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정 의원은 "중국을 이해시키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며 "중국을 상대로 한 것이 아니라 북한을 상대로 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설득해야 한다. 만약 중국이 사드 도입을 만류하면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서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내수석대변인인 김영우 의원도 "사드 배치가 중국을 향한 게 아니라는 점을 중국에 충분히 설득해야 한다"며 "한중 간 군사협력을 강화하면서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윤상현 의원은 "국방·외교 현안이므로 입장표명하는 게 논란이 될 수 있어 하지 않겠다"면서도 "다만 대한민국 국익을 위한 결정이어야 한다는 대원칙은 있다"고 설명했다.
야당은 반대 또는 유보 입장이다. 외통위 야당 간사인 심재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며 "지금 한국에 사드를 설치하려고 하는 이유가 한국의 군사력 보완보다는 미국의 입장을 따른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심 의원은 "사드 배치를 찬성하는 이유로 한미관계를 운운하는데 한미관계가 그렇게 만만한 동맹이었느냐. 미국에 우리의 입장을 명확히 표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한길 의원도 "동북아의 군비경쟁을 촉진시킬 뿐만 아니라 우리의 대중관계에 있어서도 대단히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신경민 의원은 "지금 새누리당은 리퍼트 대사 피습으로 '때는 이때다'식으로 중요 현안들을 처리하려는 입장"이라며 유보적 의견을 내세웠다. 신 의원은 "사드 배치가 정말 필요하다면 정확한 자료를 공개하고 논의를 해야 한다"며 "그런데 지금 정부에서 정확한 자료, 타당한 근거들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 만약 전술적으로 필요하다면 찬성하겠지만 막무가내식 밀어붙이기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후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정세균 의원은 "정부가 '사드 배치 계획이 없다'고 밝힌 만큼 국회 차원의 논의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고 김현 의원도 "사드 배치가 필요하다는 정부 입장이 나온다면 그때 가서 논의하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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