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에 2차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재정주권을 빼앗으려 한 독일의 '대담한' 제안이 유럽 국가들의 반대에 부딪혀 사실상 물거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30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직후 "어떤 나라도 신탁통치를 받을 수 없다"며 "이 같은 계획은 반(反)민주적이며 효율적이지도 않다"고 밝혀 독일의 구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유럽 재정위기와 관련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철저히 보조를 맞춰온 점에 비춰보면 이 같은 반발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EU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그리스의 재정지출을 관리하는 특별예산위원(budget commissioner)을 임명하자는 의견은 받아들일 수 없는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베르너 파이만 오스트리아 총리 역시 "독일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예상 외로 거센 반발에 부딪힌 독일은 일단 한 발짝 물러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월스트리저널(WSJ)은 "메르켈 총리가 이번 재정주권 양도 제안을 밀어붙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계자를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독일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긴축재정안이 각국 경제의 성장률을 갉아먹을 것이라는 반론이 거센 상황에서 재정주권마저 건드릴 경우 가까스로 합의를 이끌어낸 신재정협약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정협약은 각국 의회의 비준을 거쳐야 비로소 발휘된다.
한편 루카스 파파데모스 그리스 총리는 정상회의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민간채권단과의 국채교환 협상이 이번주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이와 관련해 "채권단의 손실규모를 70%까지 높이는 선에서 협상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르면 이번주 안에 결론이 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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