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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5월 25일] 위기의 끝을 말하기에 앞서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기점으로 국제금융시장이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위기국면으로 치달은 지 벌써 여덟달이 흘렀다. 그동안 전세계 경제는 바닥 모를 침체의 늪에서 아우성쳐야 했고 각국 정부는 사상 유례없는 고강도 처방을 동원해 파국만은 막고자 노력해 왔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올 4월부터 주식 및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회복의 기미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공포의 정도를 숫자로 나타내는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지수(VIX)는 한때 81%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30% 내외로 낮아졌다. 이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전인 25% 수준에 근접한 것이다. 또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씨티은행ㆍ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월가 은행들이 이제는 미국 예금보험공사(FDIC)의 보증 없이 자체 신용만으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됐다. 우리 금융시장도 최근 주가가 상승하고 환율이 하락하면서 전반적으로 호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옥죄던 외화유동성 문제는 외화부채 차환율이 지난해 10월 말 54%에서 올 4월 100% 이상으로 상승하면서 상당히 해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철학자 칸트가 "역사는 반드시 종언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이번 금융위기도 언젠가는 종말을 고할 때가 올 것이다. 그러나 행여라도 성급한 샴페인은 금물이다. 이번 위기의 진앙인 미국 금융시장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고 유럽ㆍ일본도 어려움이 계속 되고 있어 대외적인 위험요인과 불확실성이 아직도 산재해 있다. 최근의 경제지표 호전이 실물경기 회복으로 확실하게 연결되기 전에는 금융시장 불안이 언제라도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섣부른 낙관론보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현재의 경제위기를 헤쳐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책당국은 앞으로도 실물경기 회복과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한 적절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은행들은 유동성 위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경기회복을 돕기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기업부문에서의 선제적이고 신속한 구조조정은 경제위기 극복을 넘어 향후 우리 경제의 도약을 위해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이다. 공자는 '욕속부달(欲速不達)'이라 했다. 정책의 성과가 빨리 나타나기를 안달한다면 오히려 큰일을 그르친다는 가르침이다. 현재의 구조조정과 개혁의 과정이 힘들다고 해서 성급하게 위기의 끝을 거론하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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