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정리는 하셨어요?"
지난 13일 서울 신림9동의 한 카페. 오가는 사람이 없어 장사가 될까 싶었는데 하나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오후1시가 되자 12개의 테이블이 모두 찼다. 대개 신림동에서 고시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짧게 안부를 묻고 곧바로 모임을 시작했다. 행정고시 1차 관문인 PSAT(공직적격성평가) 문제를 함께 푸는 모임도 있었고 시간을 정해 행정법 답안지 10장을 가득 채우는 모임도 있었다. 한 포털 사이트의 '행시사랑카페'에서 모임을 결성한 후 처음 만나 커리큘럼을 짜는 모임도 있었다.
최근 들어 고시촌 스터디 문화가 바뀌고 있다. 공부를 시작하면 합격할 때까지 지인들과 연락을 끊고 '잠수'를 타는 것은 이제 옛말이 됐다. 고시생들은 신세대답게 카카오톡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인터넷 모임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신림동 생활 3년 차에 접어든 김우람(26)씨의 경우도 지난해 행시 2차 시험에 떨어진 후 한동안 고시원에서 두문불출하기도 했으나 카톡 스터디 덕분에 슬럼프를 털고 일어날 수 있었다. 김씨는 "이곳에 온 지 3년이 됐지만 의지할 사람이 하나도 없어 힘들었다. SNS 덕분에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SNS 스터디를 이용하는 이들은 크게 실속형과 정보형, 스킨십형으로 나뉜다. 실속형은 주로 한 과목당 약 40만원 하는 강의자료를 각자가 분담해 구입한 뒤 인터넷 등을 통해 공유하며 비용을 절약하는 모임이 주를 이룬다. 정보형 스터디의 경우 서로 다른 학원 강사의 수업을 듣는 사람들이 모여 서술형 답안지 내용을 다양하게 하는 데 중점을 둔다. 마지막 유형인 스킨십(접촉)형 스터디의 경우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게 큰 유인 요인이다. 이들은 아침에 특정 장소에 모여 기상을 확인하는 '출첵 스터디'를 운영하고 밥을 함께 먹는 '밥터디'를 하고 모바일메신저로 그날의 공부량을 공유하며 격려하는 '카톡 스터디'에 참여한다.
지난달부터 카톡에서 행정법 스터디를 꾸린 박상진(27씨)는 "'아메리카노 하나. 식권 열 장이요'가 하루에 하는 말 전부였던 적도 있었다"며 "고시는 준비기간이 긴 싸움인 만큼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과 내 감정을 나누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SNS 스터디 문화가 활성화되면서 그에 따른 문제도 종종 발생한다. 지난해 한 고시생은 함께 인터넷강의를 구입한 사람이 연락을 끊어 수십만원 상당의 피해를 겪기도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