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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3월30일] 연필

[오늘의 경제소사/3월30일] 연필 권홍우 연필과 볼펜, 어느 게 오래 갈까? 연필이다. 볼펜으로 선을 그을 때 최대 길이는 1㎞. 연필의 필기 거리는 56㎞가 넘는다. 헤밍웨이는 연필 두 자루로 소설 한 권을 쓴 적도 있다. 가장 값싸고 오래가는 필기구인 연필의 시발점은 1564년. 폭풍우에 뽑혀 나간 영국 시골 마을의 거목 뿌리에 흑연이 딸려 나오면서 비롯됐다. 이듬해에는 스위스의 한 과학자가 삼나무 사이에 흑연을 끼워넣는 형태의 연필을 개발해냈다. 연필의 품질 향상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곳은 독일의 파버 카스텔사. 1761년 설립돼 무려 245년간 세계 1위를 고수하면서 육각형 등 연필 표준의 거의 대부분을 만들었다. 단 한가지만 빼고. 부동의 세계 1위 회사가 놓친 것은 ‘지우개 달린 연필’. 연필과 지우개를 결합한 사람은 미국인 하이멘 립먼(Hymen Lipman)이다. 1758년 3월30일 특허 취득. 가난한 10대 화가 지망생이던 립먼은 연필회사에 특허를 넘기고 매출의 2%를 받으며 짭짤한 수익을 거뒀다. 1875년 ‘단순 결합에 지나지 않는다’는 소송에 걸려 패소판결을 받았지만 립먼의 아이디어는 간단한 발상의 전환이 발명으로 이어진 사례로 자주 인용되고 있다. 판결에서는 졌어도 고무가 달린 연필은 미국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유럽의 연필에 고무지우개가 달리지 않은 연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의 연필산업은 사양산업이다. 중국산의 저가 공세와 수요자의 외면 탓이다. 외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파버 카스텔사가 연필을 팔아 연 18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것도 수요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문화평론가 이어령은 연필을 통한 창조적 사고를 강조한다. ‘연필처럼 유연해야 한다. … (중략) … 쓰고 지우고, 지우고 써라. 지우개가 달린 연필로 사고(思考)하라.’ 입력시간 : 2006/03/2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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