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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골재를 철판에 놓고 구워라." 우리나라 건설사의 첫 해외 진출이었던 현대건설의 '태국 파타니 나라티왓 고속도로' 건설 현장. 1965년 시작된 이 공사의 난관 중 하나는 매일같이 내리는 비로 모래와 자갈 등이 늘 젖어 아스콘 생산이 어려운 점이었다.
현장에서 공사를 직접 지휘했던 정주영 사장은 건조기 대신 골재를 철판에 올려놓고 직접 구우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린다. 결과는 좋았다. 건조기를 사용했을 때보다 생산능률이 2배 이상 높아져 악조건 속에서도 공기를 맞출 수 있었다.
540만달러 규모의 파타니 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로 시작된 현대건설의 수주액이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해외 진출 48년 만에 달성한 값진 결실이다.
◇글로벌 건설사로 우뚝=현대건설은 최근 중남미 지역에서 14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정유공장 공사를 수주, 해외 수주 누계 1,010억527만달러를 기록하며 국내 건설사 중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고 24일 밝혔다.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 편입 이후 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다양한 사업 분야의 경쟁력으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105억3,000만달러)와 올해 연속 연간 수주 100억달러를 달성하며 누적 수주 1,000달러 달성의 쾌거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이번 누적 수주 1,000달러 돌파로 현대건설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건설사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건설이 진출한 국가만 중동, 아시아, 북미, 중남미, 독립국가연합(CIS), 아프리카 등 세계 55개국에 달한다. 수주한 해외 공사도 총 781건이다.
특히 플랜트 300억달러(30%), 토목환경 255억달러(25%), 전력 247억달러(24%), 건축 208억달러(21%) 등 전 공종에 걸쳐 골고루 해외공사를 수주함으로써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중남미 38억달러, CIS 및 북미 등에서 34억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주하는 등 중동시장 편중에서 벗어나 신흥시장에서의 수주를 늘려나가는 추세다.
◇도전과 개척의 역사=태국의 고속도로에서 시작된 현대건설의 해외 진출이 아시아를 넘어 중동과 중남미의 항만과 플랜트, 대형 교량은 물론 한국형 원전 수출에까지 이른 과정은 '현대정신'의 근간인 '도전과 개척의 역사' 그 자체였다.
10층 빌딩 규모로 무게 550톤에 달하는 해상구조물 재킷(Jacket)을 울산에서부터 두바이까지 직접 수송해 한계 오차 5㎝ 이내로 설치하는 성공한 '주베일산업항 공사'는 현대건설 특유의 추진력과 도전 정신으로 성공한 수많은 난공사 중 하나일 뿐이다.
최근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사업과 관련 중동 편중으로 수익성 악화에 시름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현대건설의 선제적인 시장 다변화 전략 역시 눈에 띄는 대목 가운데 하나다.
1965년 태국에 이어 베트남에 진출한 현대건설은 이후 괌ㆍ호주ㆍ파푸아뉴기니 등으로 영역을 확대했고 이때 쌓은 시공 경험을 바탕으로 1970년대 사우디아라비아ㆍ이라크ㆍ쿠웨이트ㆍUAE 등 중동으로 지역으로 시장을 넓혔다.
또 수년 전부터는 과열된 중동시장에서 벗어나 중남미 및 아프리카로의 신시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코트디부아르 발전소(2011년), 콜롬비아 베요 하수처리장(2012년)에 이어 올해 우즈베키스탄 탈리마잔 복합화력발전소와 터키 보스포러스 제3대교를 수주하며 유럽-중동-중앙아시아로 이어지는 '건설 실크로드'를 완성했다.
현대건설은 또 다양한 고부가가치 플랜트 공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국내 건설 산업의 질적 도약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6년 수주한 천연가스액화정제시설(GTL)이나 2009년 수주한 UAE 브라카 원전 등은 일본 및 유럽 일부 업체들이 독점 수행하던 영역에 도전한 쾌거로 현대건설의 기술력을 세계에 과시한 대표적인 사례다.
◇신성장 동력 확보에 총력=누적 수주 1,000억달러의 쾌거를 달성한 현대건설은 '글로벌 종합 엔지니어링 기업'이라는 비전 실현을 위해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원전ㆍ신재생ㆍ오일샌드 등 신성장 동력사업 진출에 힘쓰는 한편 민자발전(IPP) 및 LNG 관련사업, 자원개발 연계 인프라시설 개발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특히 중요한 신성장 동력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물ㆍ환경사업 분야에도 적극 진출해 경쟁력을 확보해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신성장 사업의 기술개발과 실용화를 위해 연구인력 확충과 연구개발비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부가가치 엔지니어링기술 및 플랜트ㆍ전력 원천기술을 확보해나간다는 전략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그간의 성과로 지난 2008년 전체 사업 중 해외매출 34%와 해외수주 44%에 그쳤던 해외 부문 비중이 올해는 각각 65%, 755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울러 저가 수주를 지양하고 철저한 수익성 중심의 수주로 최악의 건설업황 속에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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