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1,000조원 시대는 우리 경제의 큰 뇌관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장 1,000조원이라는 규모 자체가 크고 부채의 질도 나빠지고 있다. 경기회복 속도는 늦어지고 향후 금리인상시 취약계층의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가계부채가 1,000조원이라는 얘기는 2014년 추계인구 5,042만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1인당 빚이 1,983만원에 달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정부가 추산한 공공부문 부채가 821조1,000억원에 달하고 여기에 연기금이 보유한 국공채를 더하면 공공부채도 1,000조원이 넘는 점을 감안하면 부채의 절대적인 양이 많은 셈이다.
최근에는 가계부채 증가속도도 다시 빨라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2011년 67조6,000억원 증가했던 가계대출은 2012년에는 44조6,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증가율도 8.5%에서 5.2%로 낮아졌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이러한 추세가 바뀌었다. 가계대출이 57조1,000억원 늘어나면서 증가율도 6.3%로 뛰었다. 부동산 경기가 상대적으로 좋았던 2003년부터 2008년까지 가계대출 증가율이 연평균 8.9%였던 점을 감안하면 절대적인 속도는 줄었다. 하지만 다시 부채 증가속도가 증가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골칫거리다. 가계부채가 늘어나더라도 소득이 함께 증가하면 문제가 없지만 현 상황은 그렇지 않다. 2012년 말 164%던 이 비율은 지난해 말에는 더 높아진 것으로 금융위원회는 추정하고 있다.
금리가 높은 2금융권 중심으로 대출이 증가하는 것도 위험요인이다. 저축은행과 신용협동조합·농업협동조합·새마을금고 같은 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2010년 말 162조830억원에서 지난해 말에는 206조550억원까지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할부금융을 제외한 전체 가계대출에서 2금융권 비은행 기관이 차지하는 대출비중도 20.4%에서 21.3%로 올랐다. 그만큼 2금융권의 고금리 가계대출을 이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의 경우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정책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일시적으로 늘었다는 설명이 나오지만 전반적으로 가계대출의 질이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2금융권의 경우 저축은행 등을 중심으로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 하반기 금리인상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가계부채는 큰 부담이다. 고정금리 대출비중이 지난해 20%대까지 올라가고 일시상환대출 비중도 지난해 3월 말 현재 33%인데다 계속 개선되고 있다지만 여전히 상당수 가계가 금리변동에 취약하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을 중심으로 하반기 중 50bp(1bp=0.01%포인트) 안팎의 기준금리 인상 얘기가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가계부채에 따른 경기회복세 지연도 정부에는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1,000조원을 기준으로 대출금리가 0.5%포인트만 상승해도 단순계산으로만 연간 5조원의 추가 이자부담이 생긴다.
이 경우 자영업자와 다중 채무자, 서민을 중심으로 큰 타격이 예상된다. 자영업자를 보면 1인당 대출이 지난해 3월 말 평균 1억2,000만원으로 임금 근로자 1인당 대출(4,000만원)의 3배에 달한다. 자영업자들의 빚 가운데 부실위험이 있는 '잠재 위험부채'는 60조7,000억원에 이른다. 자영업자와 서민 가계의 빚 상환부담 증가는 소비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감독원의 한 고위관계자는 "가계부채는 큰 틀에서는 관리가 가능하고 건전성은 좋다"면서도 "2금융권을 중심으로 연체가 증가하고 있고 취약계층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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