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말 초등학교 동창 송년모임이 있었다. 평소 동창회 때는 친구들의 근황과 옛 추억담들이 쏟아졌는데 이번에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얘기가 많이 나왔다.
친구들의 얘기는 대체적으로 “후보들이 황당한 공약들을 너무 많이 내놔 투표장에 가기조차 꺼려진다”는 것이었다. 새누리당 홍준표, 통합진보당 이병하, 무소속 권영길 후보가 선거전을 치르면서 우선 표만 얻으면 된다는 식의 어설프고 현실성이 없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홍 후보는 창원에 있는 경남도 청사를 팔아 마산으로 도청을 이전하고 권 후보는 통합된 지 2년이 지난 통합 창원시를 예전의 창원ㆍ마산ㆍ진해시로 다시 분리하겠다고 말했다.
경남도 청사 이전 공약은 마산 쪽 유권자들의 표심을 흔들어보기 위해 예산 준비도 전혀 없이 즉흥적으로 만들어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통합 창원시를 다시 분리하겠다는 공약은 통합의 정착을 위해 노력할 때지 일부 갈등을 키워 원상태로 돌리겠다는 게 말이 되냐는 여론의 역풍을 받고 있다. 이런 공약은 가끔씩 일고 있는 지역적인 불만을 자신들의 표로 연결시키자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번 경남도지사 보궐선거를 지켜보는 도민들은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 이런 상황에서 도정을 이끌 후보들의 자질과 정책을 제대로 검증하고 평가해서 뭐하겠냐는 허탈감에 빠져 있을 수도 있다.
지금 경남도민들이 원하는 것은 도지사가 지방자치제의 꽃인 장으로서의 지위와 지역 사회의 정치지도자로서의 지위를 갖고 도민들이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표를 얻기 위해 지역을 서로 가르는 공약보다 암울한 지역 경제 현실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경제정책을 발굴해야 한다.
이제 경남도지사 보궐선거도 대통령 선거와 함께 8일 남았다. 후보들은 지금이라도 앞만 보고 달리지 말고 잠시 서서 뒤를 돌아봐야 한다. 지금까지 내세운 무책임한 공약을 중단하기 어렵다면 당선 이후 잘못된 공약은 과감히 포기하고 도민 복지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고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렇게 해야 도민들도 경남도정의 대표를 뽑으러 안심하고 투표장에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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