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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점 한달맞은 서대문복지관 '실버 카페테리아'

평균 65세 노인들이 조리부터 서빙까지…<br>"열정적 모습 멋있어요" 북적<br>앞치마 두르고 발음도 힘든 커피주문도 척척<br>손님들 반응좋아 오후 8시까지 연장운영 계획

‘실버 카페테리아’의 실버 바리스타 이금녀(64) 할머니가 손님의 주문을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실내에 울려 퍼지는 잔잔한 클래식 선율과 갓 뽑아낸 은은한 커피 향기. 6일 찾아간 서대문구 남가좌동 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 1층 카페테리아의 분위기는 여느 커피전문점과 다를 게 없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매장 인테리어를 둘러보다 주문을 받으러온 종업원을 본 순간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흰색 셔츠와 까만색 정장 바지 차림의 종업원은 푸근한 미소를 띤 할머니가 아닌가. 메뉴판을 들고 자상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손옥경(67) 할머니는 이 카페테리아의 ‘실버 바리스타(커피전문가)’이다. 지난 4월 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에 문을 연 ‘실버 카페테리아’는 노인 일자리 창출 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그동안 노인들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한 패스트푸드점 등은 있었지만 음식 제조부터 서빙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노인들이 중심이 돼 운영하는 카페는 이곳이 처음이다. 실버 카페테리아에는 손 할머니를 포함해 9명의 노인들이 조리팀과 서빙팀으로 나눠 근무하고 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65세. 손주들의 재롱을 보며 여생을 즐길 나이지만 일하고자 하는 의지는 젊은이 못지않다. 이들은 면접에서 3대1이라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뒤 한 달간 혹독한 ‘바리스타’ 교육과 서비스 훈련을 받았다. 오후가 되자 손님들로 북적대기 시작했다. 밀려드는 주문에 정신이 없을 만도 한데 손 할머니는 알아듣기도 힘든 커피 이름을 능숙하게 받아 적고서는 커피를 만들기 시작한다. “캐러멜 마키아토와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주문부터 조리까지 너무나 자연스럽다. 일하는 게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그녀는 “손님이 몰릴 때면 메뉴가 헷갈리기도 한다”며 작은 수첩 하나를 꺼내보인다. 수첩 안에는 다양한 커피 이름과 조리법이 빼곡히 정리돼 있다. 손님들도 흡족해 하는 표정이다. 예전에 복지관에 왔다 우연히 들르게 됐다는 유연숙(여ㆍ35) 씨는 “맛도 있고 가격도 저렴해서 좋다”며 엄지를 치켜보였다. 최고은(여ㆍ26)씨도 “앞치마를 두르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정말 멋있다”고 말했다. 실버 카페테리아를 운영하는 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의 김태경 과장은 “하루 평균 복지관을 찾는 어르신들이 1,000여명인 상황인데 마땅히 쉬고 식사할 곳이 없어 만들게 됐다”며 “이 점포를 시작으로 제2ㆍ제3의 점포를 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오전9시30분부터 오후5시30분까지 운영했는데 반응이 좋아 오후8시까지 연장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개점 한 달을 맞은 실버 카페테리아의 하루 평균 매출은 15만~20만원선 정도. 이에 따라 복지관 측은 10만원씩 주던 월급에 성과급도 조금 지급할 계획이다. “처음에는 병도 났었지만 밖에 나와 활동하니까 점점 건강해지는 것 같다”며 환하게 웃어보이는 손 할머니. ‘황혼의 새내기’로서 제2의 인생을 가꾸는 그의 얼굴에 진한 열정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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