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 후유증을 딛고 옹기공장 사장으로 변신한 월남 참전용사가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신지식인’에도 뽑히는 등 제51회 현충일을 맞아 귀감이 되고 있다. 충북 옥천군 안내면 안내토기 사장이자 고엽제전우회 옥천군지회장인 최길동(61ㆍ사진)씨가 주인공. 반들반들하게 윤기나는 유약 바른 옹기에 맞서 장작 재와 구운 흙을 반죽한 잿물로 전통옹기를 고집스럽게 만들어 중소기업청 신지식인(2000년), 충북도지사 표창(2001년), 옥천군민 대상(大賞) 수상(2004년)에 이르기까지 한 우물만 팠다. 옹기 집 5남매 중 둘째로 태어나 일찌감치 옹기장이가 된 그는 1967년 제대한 형에게 공장을 맡기고 입대했지만 이듬해 빚에 쪼들린 공장은 문을 닫고 부친은 화병으로 돌아가셨다는 청천병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끼니 걱정을 한다는 가족들을 위해 기꺼이 월남행을 택한 그는 1년 2개월간 100여 차례가 넘는 전투에 참가했으며 1969년 인헌무공훈장까지 받았다. 전장에 목숨을 맡긴 대가로 매월 20만원 남짓한 돈을 고향 집에 송금할 수 있었던 그는 제대하는 날부터 팔 걷고 공장재건에 매달렸다. 그는 공장운영이 본궤도에 오를 무렵 주위의 만류를 무릅쓰고 유약 대신 잿물 입힌 전통옹기 생산에 뛰어들었다. 그의 판단은 정확히 맞아떨어져 1994년 유약 성분인 납과 망간 등이 인체에 해롭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그의 공장은 한마디로 ‘대박’을 맞게 된다. 잿물 입힌 옹기는 없어서 못할 정도로 주문이 쇄도했고 공장 직원도 20명까지 불어났다. “그 무렵 평생 번 돈의 절반 이상을 번 것 같다”고 회고하는 그는 이번에는 플라스틱 용기에 밀려 설 땅을 잃는 시장에서 ‘사각옹기’를 앞세워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중이다. 일에 대한 의욕만큼은 왕성하지만 그는 고엽제 후유증으로 생긴 당뇨와 20여년째 힘겨운 싸움을 하는 환자다. 고엽제 후유판정을 받아 치료비는 전액 정부가 지원하고 있지만 언제 상태가 악화될 지 몰라 식이요법 등을 병행하며 힘겹게 생활하고 있다. 이어 그는 “나는 훈장이라도 받아 국가유공자가 됐지만 나머지는 참전유공자라는 이름으로 겨우 치료비 정도 지원받는 상황”이라며 “지금이라도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월남참전용사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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