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견 롯데그룹과 신 회장이 이번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꺼낼 수 있는 카드를 모두 동원한 듯 보인다. 호텔롯데 기업공개와 일본 계열사가 가진 지분 축소를 통해 롯데의 주인이 일본 기업이라는 의혹을 어느 정도 털어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롯데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이 변할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신 회장은 롯데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롯데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적인 시선이 단지 지배구조와 경영 불투명성 때문만은 아니다.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계열사의 갑질 논란, '손가락 경영'으로 지탄받는 수직적 조직문화, 권력유착설 등 잠재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기업문화와 상생경영 같은 알맹이는 그대로 둔 채 구조 등 껍데기만 손본다면 롯데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더 차가워질 수밖에 없다.
신 회장은 대국민 사과 말미에 "개혁과 혁신을 통해 새로운 롯데로 거듭나겠다.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제시한 해법은 정확했다. 이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고 일자리와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리는 등 실천에 나서는 일만 남았다. 롯데가 국가와 경제를 위해 이렇게 노력하는데 누가 욕할 수 있을까. 신 회장에게는 네 번이나 '사죄'라는 단어를 꺼내며 머리를 조아린 것이 쇼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증명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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