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육은 시험 위주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자신감·공감능력·열정 등 비인지적 요소와 인성에도 관심을 둬야 할 때입니다."
김용(사진) 세계은행 총재가 한국 청소년의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학이나 영어의 문제해결 능력 못지않게 정서적 안정감 등 비인지적 역량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총재는 4일 서울 강남 COEX 인터컨티넨탈호텔 하모니볼룸에서 열린 교육혁신 심포지엄에서 "수학·언어 영역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한국의 열다섯살 학생들은 경쟁으로 행복하지 않았다"며 "한국 사회에서는 자신감·공감·소통능력·회복력을 길러내는 게 수학·언어 등 인지적인 역량을 키우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한국교육개발원과 세계은행이 주최했다.
그는 "지난 2012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수학 1위, 언어 1∼2위의 성과를 낸 것을 두고 문제해결 능력은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치열한 입시경쟁 속에서 학생들의 정서적 안정성, 열정, 자신감은 상실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안으로 김 총재는 인지적·비인지적 역량의 '균형'을 제시했다. 결과에만 치중하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균형감각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이 두 가지 역량이 균형을 이뤄야 창의성 또한 발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 역시 한국의 보건의료 시스템에 대해 연구하던 1984년부터 4년간의 한국 체류경험이 이민자로서의 이중적인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개방된 시각을 가지는 등 비인지적 요소를 길러 후에 큰 도움이 됐다고 성장과정의 경험을 소개하기도 했다.
또 김 총재는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4%로 전망하는 가운데 한국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56%에 불과해 남성과 20% 이상 차이가 난다"며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높임으로써 향후 20년간 국내총생산(GDP)이 연간 0.6%씩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김 총재는 또 이날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대학입시제도에 대한 대안도 내놓았다. 그는 "시험 위주의 대입 과정에서 학생이 겪는 심리적 부담감과 사교육이라는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며 "시험점수에 대한 평가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한국의 대입제도를 다양한 역량평가 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예를 들어 대입에서 학생의 다양한 역량을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다양한 주제로 학생들을 평가하기 때문에 단순히 전통적인 학습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영역에서 학생들의 열정을 볼 수 있다"며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많은 부분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에볼라 발병지역에 보건인력을 파견하기로 한 우리나라의 결정은 에볼라 퇴치를 위한 올바른 접근법이라고 평가하고 "한국이 에볼라 퇴치를 위해 560만달러의 자금을 지원하고 군 의료인력과 민간 의료인력을 파견하기로 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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