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보유세제 개편의 참뜻

최근 강남구의회가 재산세율을 50% 인하하는 조례개정안을 의결했다.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초유의 일이다. 국민들은 상당히 어리둥절하고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은 조세법률주의를 취하고 있다. 세금은 국세인 소득세법ㆍ법인세법ㆍ부가가치세법과 지방자치단체의 징수 근거인 지방세법 등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 세법에는 과세대상과 납세의무자 등 과세요건과 세금산출 기초인 과세표준과 세율을 규정하고 있다. 세금은 과세표준에 세율을 곱해 산정되기 때문에 이 두 요소는 아주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세율은 법률에서 명확히 규정하지만 과표는 과세관청이 정하도록 돼 있어 행정세율이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지방세는 세율도 재산세와 같이 지방의회가 50%를 가감 조정할 수 있다.

이제 지방세인 재산세 논쟁의 핵심을 알기 위해 재산세의 내용을 살펴보자. 재산세 세율은 기본적으로 0.3%이지만 주택은 0.3~7%의 누진세율이다. 과세표준은 시가의 30%에도 못 미치고 있다.

과세표준 평가방법에는 동일한 건물을 새로 짓는다고 가정할 때 얼마가 소요되는지를 판단하는 원가방법, 인근 유사한 부동산의 거래가격을 알아보는 시가방법, 수익가치로 환산해보는 수익가치 환원방법 등이 있다. 그런데 종전에는 원가방식에 중점을 둬 면적이 같으면 세금도 같았다. 과거에는 이러한 방식이 매우 공평한 방식이었다.

그러나 지역불균형 발전과 부동산 투기 등으로 서울의 25평과 경기도의 25평, 강원도의 25평간에 많은 차이가 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평가방법을 원가방식에 시가방식을 가미하는 것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시가는 국세청에서 고시한 아파트별 기준시가를 활용하도록 했다. 이렇게 한 결과 지방의 아파트는 세금이 약간 높아지거나 인하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경기도와 서울은 상당히 인상되고 강남 지역은 최고 5배까지 인상됐다.

지방세는 자치단체의 1년간 살림살이에 필요한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징수하는 것이다. 예산은 매년 10~20% 정도 늘어나므로 세금도 그런 수준에서 인상하는 것이 마땅하다.

따라서 재산세를 한꺼번에 4~5배나 올린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고 실제로 재산세가 4~5% 인상되는 당사자는 불만이 클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재산세 개편은 지금까지 잘못됐던 제도를 바로잡고 세금의 가장 큰 가치인 공평과세를 위한 것이지 강남 지역의 세금을 인상하기 위한 데 목적을 둔 것이 아니다. 강남 지역 중에서도 4~5배 인상되는 납세자는 1% 미만이고 전체의 20~30%를 차지하는 저가 주택은 오히려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개선방안은 지난해 말 범국가적 의사결정 절차를 거쳤고 강남구청장도 이를 수용해 올해 1월1일 시행하도록 결정, 고시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강남구의회가 단순히 관할 구민들의 불만을 이유로 세율을 인하한 데 다음과 같은 부당성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탄력세율제도의 기본취지에 어긋난다. 둘째, 정부의 조세정책ㆍ부동산정책의 차질을 초래한다. 셋째, 과표개선 대상이 아닌 단독주택은 모두 세금이 줄어든다. 넷째, 다른 자치구 납세자와의 불균형을 초래한다.

우리나라의 종합토지세ㆍ재산세 등 보유세는 외국에 비해 어느 정도 수준일까.

외국과 비교하기 위해서는 실효세율을 알아봐야 한다. 실효세율은 시가에 대한 세금비율을 말한다. 미국의 실효세율은 주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나지만 대체로 1% 정도다. 실효세율이 1%라는 것은 시가 5억원인 아파트의 1년간 보유세가 500만원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0.1% 정도로 보고 있다. 우리는 우리 실정에 맞는 적정한 부담수준을 연구해나가야 하겠지만 빈부격차 해소와 부동산대책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점진적으로 인상해나간다는 것이 정부방침이다.

재산세는 지난해의 과표개선에 이어 올해는 과표를 국세청 기준시가 수준으로 대폭 인상하고 세율은 인하하는 방향으로 지방세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종합토지세는 과표가 공시지가의 36.1% 수준에 불과하므로 오는 2006년에는 50%가 되도록 점진적으로 인상할 방침이다. 올해는 공시지가가 이미 12% 정도 인상됐기 때문에 공시지가 적용비율은 3% 정도 인상하더라도 세금은 30% 정도가 인상된다. 공시지가는 서울 강남 지역이 가장 많이 인상돼 세금은 65% 정도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공시지가가 거의 인상되지 않은 지방의 세금은 10% 정도 인상된다. 종합토지세는 올해 종합부동산세와 지방세로 이원화하는 법개정이 계획돼 있다. 세법개정 과정에서 국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것으로 본다.

국민 여러분께서 부동산 보유세 정상화를 위한 정부정책을 충분히 이해하고 적극 협조해주시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대영(행정자치부 지방세제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