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안후이성 허페이 중급인민법원은 20일(현지시간) 선고공판을 열어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 부인 구카이라이(사진)에게 사형유예를 선고했다. 사형유예는 일단 사형을 선고하되 2년 동안 형 집행을 유예하는 제도로 통상 무기 또는 유기 징역으로 감면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각에서는 구카이라이가 9년만 복역한 뒤 가석방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구카이라이는 지난해 11월13일 충칭시의 한 호텔 객실에서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를 독살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9일 법원 심리에서 "어떤 판결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구카이라이를 도와 살인에 가담한 보시라이 집안의 집사 장샤오쥔에게는 징역 9년형이 선고됐다. 이날 법원 심리 때와 마찬가지로 하얀색 셔츠에 검은색 재킷을 입고 모습을 드러낸 구카이라이는 현재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스캔들의 '꼬리' 격인 구카이라이 재판이 마무리되면서 관심은 '몸통'인 보시라이의 앞날로 옮겨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재판 결과 자체가 보시라이에 대한 일종의 면죄부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재판과정에서 보시라이의 이름이 단 한 차례도 거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시라이는 4월 '중대한 기율위반' 혐의로 당 중앙정치국원과 중앙위원 자격이 정지됐지만 여전히 중국인들과 좌파에게 인기가 높아 섣불리 처리할 수 없는 인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보시라이의 정치적 생명을 끊되 사법처리는 하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허웨이펑 베이징대 법학과 교수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구카이라이에게 사형이 집행된다면 매우 심각한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며 "형량에 대한 합의가 이미 마무리된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보시라이의 거취를 이대로 덮고 가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리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AP통신에 "보시라이에 대한 사법절차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구카이라이가 모든 죄를 뒤집어 쓴 '희생양'처럼 보이는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전했다.
WSJ는 "결국 보시라이의 거취는 공산당 핵심 지도부의 결심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며 "당 내부 징계로 그친다면 연말 중국 지도부 교체에 앞서 가을께 결과를 발표해 속전속결로 밀어붙일 수 있으나 재판까지 갈 경우 일러도 내년 초까지 사법절차를 미뤄 부담을 줄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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