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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로 유로화 흔들… 더욱 멀어진 '하나의 유럽'

■ EU통합 이끈 마스트리흐트 조약 20주년


유럽연합(EU)의 기초를 닦았던 마스트리흐트조약이 11월1일 20주년을 맞았지만 유럽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분위기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단일통화로 도입된 유로화 체제가 금융위기 등 여러 차례의 도전 속에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경제동맹은 물론 EU 전체의 통합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스트리흐트조약에 근거해 지난 1999년 탄생한 유로화는 유럽중앙은행(ECB)과 더불어 유럽 경제동맹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금융체계를 관리 감독할 단일기구의 부재는 통화공동체를 무너뜨릴 위험요인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 회원국의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 공공부채는 60% 이하로 제한한 조약 내용 역시 실효성 없이 각국의 불만만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AFP통신은 "남유럽을 덮쳤던 재정위기 이후 '단결된 유럽'이라는 표어는 점차 공허하게 다가온다"면서 "유로화를 지키기 위한 구조적 개혁이 없다면 유로존은 위기 때마다 치명적인 경기침체와 혹독한 긴축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당초 회원국 간 경제격차에 대한 고려 없이 단일화폐 도입을 서둘렀다는 것도 근본적인 문제다. 독일 등 경제강국은 상대적으로 싼 유로화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지만 남유럽은 화폐가치가 고평가되면서 경제위기의 씨앗이 된 것이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유로화는 북유럽 선진자본의 남유럽 유입을 촉진해 스페인 등에 부동산 버블을 형성했다"면서 "현재 독일 등의 부동산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것도 유사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로화의 위기는 '하나된 유럽'이라는 기치 아래 항구적 평화와 번영을 이루겠다는 EU의 구상에도 의문을 던지고 있다. 스페인·포르투갈·그리스 등이 잇따라 금융위기를 겪으며 구제금융을 신청하자 독일을 위시한 북유럽 국가에서는 "우리의 혈세를 게으른 남유럽에 쏟아붓는다"는 불만이 많다. 반면 남유럽은 "(독일 등이) 구제금융의 대가로 긴축을 강요해 경제를 파탄내고 있다"면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에 반EU·반유로화를 내세우는 극우정당이 기승을 부리는 형편이다. 프랑스에서는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 국민전선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고 영국·독일서도 각각 영국독립당(UKIP), 독일을 위한 대안(AfD) 등이 세를 불리고 있다. 그리스의 황금새벽당, 이탈리아의 오성운동도 마찬가지다. 유로화 공동체 결성에 앞장서온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는 "나는 2013년의 유럽이 1차 세계대전 직전인 1913년과 흡사하다는 사실을 느낄 때마다 두렵다"고 독일 슈피겔에 말했다.



일부 국가를 EU에서 탈퇴시키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독일의 유력 경제연구소 이포(Ifo)의 한스 베르너 소장은 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네차이퉁(FAZ)과의 인터뷰에서 "경제위기를 겪는 일부 국가들을 유로존에서 일시 탈퇴시키고 고정통화 지역 지정 등 유연한 해결책을 통해 유로화를 존속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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