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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에게 폭언과 성추행을 가해 사퇴 압박을 받았던 박현정(사진)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가 결국 사임했다.
박 대표는 29일 세종문화회관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향이 앞으로 건전하고 투명한 조직, 성숙한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하겠다"며 "오늘부로 대표이사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제가 잘못한 부분도 많았고 이 부분은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도 "여러 가지 왜곡과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로 저도 많이 다쳤고 공정하지 못한 일방적 교사로 많이 힘들었으며 억울함도 많지만 저의 힘든 마음은 일단 묻고 떠난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그동안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시향 대표직을 유지해온 이유는 자리에 미련이 있어서가 결코 아니다"라며 "상황이 진행되는 동안 내용이나 형식에 있어 절차상 문제가 있었던 부분들을 해명하고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자 함이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다만 서울시향이 그동안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았다는 기존 입장은 유지했다. 그는 "저 개인의 명예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 때문에 더 이상 세금으로 운영되는 서울시향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것 또한 저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부분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질 것으로 믿고 있다. 이사회와 시의회에서 조금 더 많은 역할을 해주셔야 한다"며 "오늘 이 순간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서울시향이 어떤 식으로 개선·발전해가는지 꼭 함께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서울시향 문제는 지난 2일 직원들이 박 대표의 평소 폭언과 성추행, 인사 전횡 등의 내용을 담은 자료를 배포하면서 불거졌으며 박 대표는 이와 관련해 "직원들의 음해"라며 "오히려 정명훈 예술감독이 시향을 사조직처럼 운영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달 23일에는 서울시 시민인권보좌관이 박 대표의 폭언과 성희롱을 사실이라는 내용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한편 서울시향 이사회는 30일 박 대표의 해임안을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박 대표가 자진 사퇴하면서 이 문제를 의제로 논의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향 이사회는 정 예술감독의 재계약 여부도 이날 결정한다. 시의회는 그동안 정 예술감독이 개인적인 활동으로 시향의 일정에 지장을 주는 등의 문제를 제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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