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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리스크, 지구촌 집어삼키다

선거·권력교체 앞두고 미·중·일 강경론 득세<br>브루킹스硏 "내년 중동서 전쟁 일어날 수도"


"중동서 전쟁 터진다" 초강력 경고
정치 리스크, 지구촌 집어삼키다선거·권력교체 앞두고 미·중·일 강경론 득세브루킹스硏 "내년 중동서 전쟁 일어날 수도"

신경립기자 klsin@sed.co.kr


















미국 대통령선거와 중국 권력의 세대교체, 일본 총선거 등 강대국들의 권력 지각변동을 앞두고 점차 고조되는 정치 리스크가 지구촌을 집어삼키고 있다. 국내 권력장악을 위한 각국 정치세력의 대외 강경노선은 동아시아의 영토분쟁과 무역갈등, 경제제재 가능성을 넘어 일부 지역의 무력충돌로까지 비화할 조짐을 보이며 국제사회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16일 외신들에 따르면 오는 11월 선거를 앞둔 미국 대통령 후보들은 저마다 중국에 대해 공세의 포문을 열었다.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7일 자동차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이유로 중국 정부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대중 강경론을 고수하는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도 16일 중국의 환율조작으로 미국의 일자리가 없어졌다며 "중국의 부정행위(cheating)를 끝장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는 이날 지지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중국은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를 평가절하해 상품 값을 인위적으로 낮추고 미 제조업자의 경쟁력을 떨어뜨렸다"며 "중국이 이에 책임을 지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소재 투자업체인 헤르메스펀드의 새커 누세이베흐 대표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이 냉전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강경한 행보는 중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을 포함한 30개국은 16일부터 걸프 해역에서 12일간의 일정으로 대대적인 합동 해상훈련에 돌입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이날 전했다. 블룸버그는 중동 문제 전문가인 미 의회조사서비스(CRS)의 케네스 카츠먼을 인용, 역대 최대 규모로 실행되는 이번 훈련으로 미국이 이란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이스라엘에는 미국이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집권 민주당의 '두뇌'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마틴 인디크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전 이스라엘 대사)도 이날 미국의 한 방송에서 "내년에 이란과 군사적 대결이 벌어질 수 있다"며 중동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언급했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 중동지역에서 대대적인 반미시위라는 악재가 터지자 오바마 대통령은 이 지역에 대해 어느 때보다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동북아를 긴장으로 몰아넣고 있는 중국과 일본 간 갈등도 국내의 정치적 요인에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당국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나 반일 폭력시위까지 일정 부분 용인하고 있는 데 대해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세대교체를 앞둔 중국 지도부 내의 미묘한 역학관계 속에서 후진타오 정권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번 반일시위 격화의 경우 장쩌민 전 국가주석 등 보수세력의 기반확대가 반영돼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보수파와 권력다툼을 벌이는 후 주석이 일본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에 온건하게 대응하거나 시위대를 작정하고 진압하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15~16일 중국 각지의 시위현장에는 이례적으로 마오쩌둥의 초상화 피켓과 함께 '댜오위다오는 중국 것, 보시라이는 인민의 것'이라는 현수막이 등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시라이는 중국 공산당 내 보수파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중국에서는 앞서 1987년 친일 태도를 보였던 후야오방 총서기가 보수파의 공격으로 실각한 사례가 있다.

일본에서도 당대표 선거와 총선거 등 굵직한 정치일정을 앞두고 내셔널리즘을 부추기는 보수파들의 강경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보수 자민당의 총재 후보로 나선 아베 신조 전 총리는 17일 중일 갈등에 대해 "'우리(일본)의 자존심을 건드리면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내놓아 분쟁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유력 후보인 이시바 시게루 전 방위상도 "센카쿠열도의 실효지배력을 높일 방안에 대한 메시지 없는 국유화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누세이베흐 헤르메스펀드 대표는 "2차대전 이후, 특히 1980년대 이래 선진세계는 유례없는 정치적 안정을 누려왔지만 이제 세계는 정치가 경제 펀더멘털을 압도하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지금 전쟁을 포함한 선진국의 정치 리스크는 적어도 지난 20년 이래 가장 고조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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