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강(强)달러 정책 기조에 대한 지지 의사를 거듭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달러화 약세 현상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글로벌 경제회복 조짐에 힘입어 위험 자산으로의 자본 유입이 가속화되고 있고, 각국간 금리 차를 이용한 달러 캐리 트레이드도 급증해 달러화의 평가절하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WSJ은 이번주 달러ㆍ유로 환율이 지난 주말의 유로당 1.47달러대에서 최대 1.50달러까지, 엔ㆍ달러 환율은 달러당 89엔대에서 91엔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WSJ는 특히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최근 경제 여건이 개선되면 유동성을 거둬들이겠다고 밝히는 등 미 정부 고위 당국자가 잇따라 강 달러로의 전환을 시사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투자자들은 이런 발언을 립 서비스로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는 미국이 이달 초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주요 이슈로 들고나오는 등 사실상 약 달러를 용인하고 있다는 분석과 맥을 같이한다. 실제 미국은 겉으로는 강 달러를 부르짖고 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반면 아시아 등 미국의 교역 상대국들은 약 달러의 파장으로 속을 끓이고 있는 실정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최근의 달러 약세 현상과 관련, 막대한 채무국가 미국이 결국 통화가치 하락을 통해 빚 부담을 줄이고 수출 진작으로 무역 적자 규모도 낮추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개막된 3ㆍ4분기 어닝 시즌에서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안전자산인 달러화의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바클레이즈의 한 관계자는 "달러 약세를 부를 수 있는 많은 요인에 비하면 최근의 달러 하락폭은 오히려 적은 편"이라며 "특히 최근 호주가 선진국 중에서는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 긴축에 나서면서 달러 약세 기조가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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