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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에 과실 맛을 섞어 칵테일과 같은 맛을 내는 '리큐르'로 재미를 본 국내 주류업체들이 내친김에 중국 시장도 노크하고 있다. 40도 이상의 독주를 마시는 게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하고 있는 중국이지만, 최근 들어 한류 영향 등으로 젊은층이 알코올 도수가 낮은 저도주를 선호하는 현상이 확산되면서 성공 가능성을 본 것이다.
7일 국내 주류업계에 따르면 중국 시장에 가장 발빠르게 나선 것은 경남지역 대표 주류업체인 무학이다. 무학은 '좋은데이' 리큐르 시리즈를 국내 출시한 이후 두달만인 지난 7월부터 리큐르 제품을 수출, 지금까지 '블루'와 '레드'를 각각 34만병, 29만병 수출했다. 중국내 수출지역도 상하이를 비롯해 베이징, 다롄, 산둥 등 20개 도시나 될 정도로 초기 시장확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학 관계자는 "최근 중국 젊은 소비자들이 고도주보다 저도주를 더 선호하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며 "각 도시의 마트와 업소 등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무학은 중국 외에도 홍콩,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일본, 대만, 호주 등 7개 국가에 리큐르 제품을 수출하고 있고, 조만간 미국이나 캐나다 등 북미로도 수출을 확대할 예정이다. 중국과 북미지역에서 리큐르 제품이 먹히면 삼성 휴대폰이나 TV처럼 한국 소주가 글로벌 시장을 제패하는 날이 현실화될 수 있을 전망이다.
부산지역을 대표하는 대선주조 역시 지난달 20일 기장 공장에서 중국으로 시원블루 자몽을 2만4,000병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대선주조 관계자는 "중국이나 일본, 캄보디아, 싱가포르, 호주, 미국 등지로 기존 제품인 시원블루 등을 수출하고 있어 판로에는 문제가 없다"며 "이번 리큐르의 중국 수출로 해외 판매실적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구·경북지역을 기반으로 한 금복주도 유자즙을 넣어 만든 리큐르인 '상콤달콤 순한참' 시리즈 4만8,000병을 중국에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순하리'라는 대표 리큐르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롯데주류는 내부적으로 중국 진출을 확정하고, 빠르면 내달부터 '순하리 처음처럼'의 중국 수출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국내 주요 주류업체 대부분이 '리큐르'를 들고 중국 시장에 본격 진출하게 되는 것이다.
국내 주류업체들이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는 중국 리큐르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잠재적인 시장이 크다고 본 때문이다. 한류드라마 등을 통해 중국의 40대 이하의 젊은층은 리큐르와 같은 저도주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시원블루 자몽을 수입한 삼풍화무역유한공사 관계자는 "한국에서 과즙소주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본 결과 중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중국 현지에서도 시음회를 한 결과 리큐르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류업체들은 지금까지 중국 현지의 교민 등을 상대로 한 영업에 치중해 왔지만, 이번 리큐르 수출을 계기로 본토 중국인을 상대로 한 본격적인 마케팅도 불을 뿜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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