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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옥(玉)에는 절차탁마(切磋琢磨)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문화콘텐츠 기업 성장의 과정이 그렇다. 기업 스스로뼈를 깍는 노력과 함께 정부 등 관련기관의 적극적인 지원, 국민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본지는 올초 해외 유망 컨텐츠 기업의 현지 취재 등을 통해 한국이 문화컨텐츠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전제 조건을 살펴봤다. 이어 한국이 문화강국으로 나아가는 초석을 다지기 위해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떡잎' 강소기업들을 연재한다.
지난 21일 서울 북촌의 한 카페. 변봉현(40) 필름모멘텀 대표가 기자를 맞았다. 위쪽이 작업 중이니 1층에서 이야기하자고 한다. 카페 3층에서는 영화촬영이 한창이다. 주연 여배우인 신민아, 임찬상 감독 등이 심각하게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었다. 다시 내려와 1층 구석자리에 변 대표와 앉았다. 제작사 대표지만 평상복 차림이다. 스태프인지 대표인지 크게 구별이 가지 않는다.
변 대표는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항상 촬영현장을 지킨다고 한다. "제작자가 현장의 분위기를 알고 스태프, 배우들과 직접 접촉하는 것이 훌륭한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관건"이라며 "당연히 연출에 왈가왈부 않는다. 스태프의 한 사람으로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필름모멘텀은'나의 사랑 나의 신부'라는 영화를 촬영중이다. 이 영화는 고(故) 최진실과 박중훈 주연으로 1990년에 만들어진 같은 제목의 영화 리메이크작이다. 새 영화는 2014년 현재의 정서로 바꾸었다. 남녀 주인공은 조정석(34)과 신민아(30). 그들이 박중훈ㆍ최진실 커플을 넘어설 수 있겠느냐고 변 대표에게 물었다. "1990년과 2014년은 다른 시대다. 영화에서도 다른 분위기를 느낄 것이다. 두 사람이 이 명작을 연기하는 데 가장 적임자라고 생각한다"는 대답이다.
변 대표는 이번 작품이 자신의 사랑에 관한 연작 가운데 두번째라고 귀뜸했다. 그럼 첫번째 작품은? 이준익 감독이 연출하고 설경구·엄지원·이레가 주연한 '소원'이다. '소원'이 가족간의 사랑을 다룬 것이라면, 촬영중인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연인간의 사랑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남북한 간의 사랑을 다룬 세번째 작품을 기획중이라고 한다. 사랑 3부작으로 영화시장에 호소한다는 전략이다.
영화 '소원'은 제작자로서 변 대표의 첫 작품이다. 3년여의 준비끝에 지난해 '소원'을 개봉시켰다. 무거운 주제로 위험부담이 있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충분히 자신 있었다"고 했다. 지난해 상영된 '소원'은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함께 이끌어냈다. 전국에서 모두 271만명이 봤다. 아동성폭력이라는 섣불리 입에 담기도, 그에 대해 무슨 말을 하기도 쉽지 않는 무거운 주제를 감안하면 이례적인 성공이다.
그는 "결국 '소원'은 가족간의 사랑을 말한 것"이라며 "극단적인 상황에 빠진 가족들이 사랑을 회복하는 과정을 풀어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는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를 보면 오히려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끼는 내용이다.
변 대표는 필름모멘텀을 2010년에 설립했다. 단순히 영화 관련 업종에 종사한다는 의미가 아닌, 자신의 영화를 만들기 위한 목적에서 결심했다고 한다.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투자자나 배우, 배급사 등도 결국 좋은 영화에 따라오는 것이다."
그도 역시 처음에 자금을 모으는 일이 어려웠다. 신생회사에 쉽게 돈을 대줄 사람이 많겠는가. "처음에는 곤란했다. 개인적으로 은행의 대출을 받아서 회사를 설립했다. '소원'의 기획으로 벤처캐피털과 결정적으로 기업은행의 투자를 받은 것이 주효했다. 이후 투자배급사가 참여했고 훌륭한 스태프진도 함께 할 수 있었다."
변 대표는 앞으로 1년에 한편씩은 영화를 제작할 계획이다. 당연히 좋은 영화를 만들어 나갈 각오다. "그렇게 10년 정도 하면 필름모멘텀도 어엿한 명문제작사가 되지 않을까 한다." 그의 담대한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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