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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또 되풀이되는 치킨게임


두 사람이 자동차를 마주 보며 달리다가 충돌 직전에 먼저 핸들을 돌리는 쪽이 지게 되는 '치킨게임'이 서울시에서 시작됐다. 상대는 정부이고 기초연금 등 복지예산을 놓고서다.

최근 서울시와 25개 자치구가 복지예산 부족분에 대해 국비지원 확대를 요구하고 나선 것도 치킨게임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다. 서울시가 서로 마주 보며 달려가기 위해 예열을 먼저 시작한 셈이다.

서울시와 25개 자치구가 올해 기초연금과 무상보육·예방접종 등에 필요한 예산은 2조2,822억원이다. 그러나 실제 반영 예산은 2조1,323억원에 불과하다. 1,742억원의 부족분이 발생한 것이다.

이 같은 부족분이 생긴 것은 기초연금 범위와 연금지급액이 예상보다 확대됐기 때문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무상보육과 기초연금 사업은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이지만 국비가 100% 지원되지 않고 시와 자치구가 일정 비율을 분담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산은 일정한데 써야 할 복지사업이 그만큼 늘어나다 보니 공백이 생긴 것이다.

문제는 예산 부족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점이다. 서울시나 정부도 만성적인 세수 부족에 시달리면서 예산을 추가로 지원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러다 보니 매년 예산을 더 달라는 쪽과 더 줄 형편이 안 된다고 버티는 쪽이 팽팽하게 맞서며 누가 먼저 핸들을 돌리느냐를 놓고 무모한 치킨게임만 되풀이되고 있다. 여기다 일종의 기 싸움 양상으로까지 번져 지켜보는 기초연금 수급자들만 답답할 뿐이다.

예산 갈등이 올해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 2012년에는 무상급식, 지난해에는 무상보육 예산을 놓고 서울시와 정부가 갈등을 빚었다. 지난해는 서울시가 무상보육 부족 예산 마련을 위해 2,00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하면서 사실상 핸들을 먼저 돌렸지만 올해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서울시가 지난해 이미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배수진을 쳤고 올해는 구청장들과 함께 세를 규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예산 문제가 극적으로 해결된다고 해도 지금 상황이라면 내년에도 똑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는 어떻게든 버텨볼 수도 있겠지만 내년에도 부족분은 또 생길 것이고 예산 갈등은 또 불거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근본적으로 예산 부족에서 파생된 문제인데 누군가 새로운 제3의 해법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해마다 '더 달라' '더는 못 준다'와 같은 수준 낮은 갈등만 되풀이하면 정작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 수급자들의 기분은 어떻겠나. 복지사업을 줄이지 못할 바에야 이번 기회에 규제를 더 풀어 파이를 키우고 이를 통해 지역 세수를 더 걷을 수 있도록 현실적인 고민을 위해 머리를 맞대 보는 것은 어떨까. 실익도 없고 양쪽 모두 상처만 남는 치킨게임을 이제는 윈윈게임으로 바꿀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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