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오는 9월3일 중국 '항일전쟁·반파시스트 전쟁승리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은 새로운 한중관계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임기 후반부의 첫 정상외교 상대국으로 미국에 앞서 중국을 선택했으며 미국 동맹국으로는 유일하게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해 열병식까지 참관하기로 결정했다. 신화통신·인민일보 등 중국 관영 언론들은 이와 관련해 중한관계가 역사상 가장 좋은 시기를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지난 1992년 수교 이후 두 나라의 관계가 경제협력을 넘어 정치협력으로 확대되는 '정열경열(政熱經熱·경제뿐 아니라 정치교류도 뜨겁다는 뜻)'에서 한 단계 더 격상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 지난 6월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정식 가입했으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정식 서명하는 등 양국의 경제협력은 날로 가속화하고 있다. 양국 간 교역규모는 수교 당시에 비해 37배가량 증가했고 중국은 한국의 제1위, 한국은 중국의 제3위 교역 대상국으로 성장했다.
이 같은 한중관계의 발전은 동북아시아 외교무대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경쟁과 견제의 관계에서 협력과 발전을 실험해보는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이 사이에서 한국이 전략적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북중관계가 소원해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북핵·북한 문제에 대한 한중 간의 눈높이가 비슷해지고 이와 관련해 한중 간에 협력할 여지가 더욱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최근 발간한 '미중 사이 한국의 이원외교'라는 보고서에서 "향후 미중관계가 경쟁과 견제에서 협력과 발전 중심의 구도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 사이에서 한국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면서 "동북아 지역에서 한국이 유일하게 미중 사이의 전략적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한미관계의 굳건한 기초 위에 북한에 대해 중요한 레버리지(지렛대)를 가진 중국과 협력을 꾀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이 나름대로 영향력을 활용하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를 통해 악화일로를 걷는 북중관계의 변화된 모습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행사에 북측에서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대신 최룡해 당비서가 최고위급으로 참석한다. 북중관계는 2013년 북한의 3차 핵개발 실험 이후 기존 '항미원조'의 혈맹관계에서 벗어나 보통국가 간 '우호관계'로 변화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북핵 6자회담의 우리 측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8일 한 국제학술회의에서 "북핵 문제로 북중관계가 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북한의 도발을 편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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