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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입지도 모른 채 예산부터 반영한 DMZ공원화 사업

새해 예산안에 대통령 공약인 비무장지대(DMZ)세계평화공원 조성사업이 포함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남북관계가 이산가족 상봉조차 성사되지 못할 정도로 경색된 마당에 실현 가능성부터 의문인데다 입지는 물론 개념조차 모호한데도 덜컥 예산부터 반영해서다. 박근혜 대통령은 제68주년 광복절 경축식 축사를 통해 북한에 DMZ공원화 구상을 공식 제안한 바 있다.

배정된 예산도 적지 않다. 지뢰제거 비용 272억원을 비롯해 토지보상비 40억원, 연구개발비 10억원 등 모두 402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군사분계선 남단만 평화지역으로 조성해본들 반쪽짜리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유사시 북한의 침투 루트로 활용될 위험도 있다. 물론 남북관계 신뢰회복을 바라는 정부의 의지표현으로 볼 수 있지만 북측의 수용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예산부터 반영한 것은 대북정책의 기본원칙에도 어긋난다. 정부는 북한 문제에 관한 한 상호존중이라는 원칙에 입각해왔다.

논란이 일자 예산당국은 해마다 자동 지출되는 정기배정이 아닌 수시배정이라고 해명하는 모양이다. 남북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예산이 집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라 곳간이 거덜나 한푼도 아쉬운 마당에 집행 여부조차 불확실한 사업에 대한 예산반영을 국민이 납득할지 의문이다. DMZ 예산이 반영되면서 다른 곳의 지출여력마저 줄여버렸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입지가 어디인지, 사업비가 얼마나 더 들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도 정부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건너뛰고 실행예산부터 반영했다. 정부 지출 300억원 이상이면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도록 한 재정준칙은 뭐하러 뒀는지 모르겠다. 시의성과 타당성ㆍ객관성 측면에서 모두 결격이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한다 해도 이런 식으로 '깜깜이' 예산을 배정하는 것은 곤란하다. 26조원의 적자재정을 편성한 마당에 최소한의 예산편성 원칙조차 지키지 않는다면 누가 정부를 믿고 세금을 순순히 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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