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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글로벌 금융시장] "리스크 피하자" 유가·유로화·주가 '3저' 국채·달러화·금값 '3고'

경기둔화·디플레위협에 그렉시트·유가하락 맞물려

투자자 '공포지수' 14% 치솟아… 안전자산으로 이동

일·호주 국채수익률 사상최저·달러화 9년만에 최고


끝없는 국제유가의 추락과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Grexit)'에 대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우려가 공포로 변하기 시작하면서 바짝 긴장한 투자자들이 방어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시장의 리스크 회피 성향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국제유가와 유로화·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주요국 국채와 달러화·금값이 오르는 '3저(低) 3고(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5일(현지시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주가와 국제유가, 유로화 가치의 낙폭만큼이나 가파른 국채 가격과 금값, 달러화 가치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악재에 민감해진 금융시장에서 리스크가 높은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기보다는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적인 경기둔화와 디플레이션이라는 두 가지 위협에 대한 공포가 그리스 총선과 유가 하락 속도에 대한 우려와 맞물려 새해 금융시장이 불안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의 불안한 심리를 반영하듯 시장의 변동성 전망을 나타내는 변동성지수(VIX), 일명 '공포지수'는 이날 14% 가까이 치솟아 장기 평균치인 20을 웃돈 상태다.

우선 주식을 털어낸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채시장으로 몰려들면서 이날 국채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주요국의 국채 수익률은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의 벤치마크 국채지수인 글로벌브로드마켓소버린플러스지수가 지수를 산출하기 시작한 지난 1996년 이후 가장 낮은 1.28%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일본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6일 0.28%대까지 떨어졌다. 일본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0.3% 밑으로 떨어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호주의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이날 역대 최저인 2.698%를 기록했다. 미국에서도 인플레이션 하락 압력과 성장둔화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인 투자자들이 '보험' 차원에서 장기국채를 사들이면서 30년물 장기국채 수익률이 2012년 8월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FT는 전했다.

반면 '그렉시트'에 대한 공포가 반영된 유럽 각국의 주가 하락은 과도한 유가 급락에 대한 우려와 맞물려 미국 뉴욕증시와 뒤이어 6일 열린 아시아 증시 하락으로 이어졌다.



원자재시장에서도 끝없이 추락하는 국제유가와는 달리 금값이 모처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금값 현물은 온스당 1,200달러선을 회복, 5일 현재 지난해 말 대비 7% 가까이 상승했다. 석유시장의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가격경쟁 속에 장중 40달러대로 곤두박질친 국제유가의 움직임과는 대조적이다. 미국 경제매체인 CNBC에 따르면 최근 시장 불안이 고조되면서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금과 은 선물 및 옵션에 대해 3주 만에 매수 포지션으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외환시장에서도 달러화와 엔화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지수는 9년 만에 최고치에 육박했다. 주요국 통화 중에서는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엔화가 유일하게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도쿄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1엔 이상 올라 118엔대에 진입했다.

그렉시트와 역유가 쇼크에 흔들리고 있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랜디 프레데릭 찰스슈워브 이사는 CNBC에 "곤두박질치는 유가와 치솟는 달러화가 투자자들을 뒤흔들고 있다"며 "당분간은 이 같은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FT는 RJ오브리언의 존 브래디 이사 등의 전문가를 인용, 글로벌 금융시장이 "디플레이션 공포 확대와 글로벌 교역 둔화, 원유 등 산업 원자재 가격 하락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상황 등의 악재에 직면했다"며 "세계 경제 둔화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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