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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반은 서울과 수도권 일대를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아파트 공급이 이뤄졌다. 이 시기 사회문제로까지 번졌던 주택난 해소를 위해 정부가 5개 신도시를 포함한 주택 200만가구 공급 정책을 폈던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들 아파트는 최근 도심 재생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노후 중ㆍ고층 단지들이 속속 리모델링 추진 가능 연한인 15년을 채우면서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 및 관련 제도 정비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토해양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2007년 작성한 '2008 아파트주거환경통계'에 따르면 올해 준공 후 15년이 넘은 전국 아파트는 총 297만가구로 전체 722만가구의 41%에 달한다. 특히 노후 아파트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5년에는 전체 722만가구의 72% 수준인 521만가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히 준공시기만 따지고 보면 10가구 중 7가구가 리모델링의 필요성이 생기는 것이다. 리모델링은 주택 재건축의 기준이 점점 강화되면서 노후 아파트 재생의 유일한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1980년대 말 이후 지어진 아파트는 대부분 중ㆍ고층 단지로 기존 용적률이 높은데다 정부가 1992년 이후 지어진 아파트는 재건축 가능연한을 40년으로 강화해 재건축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리모델링이라도 하지 않으면 입주자들은 낡은 배관ㆍ배선 등에 따른 불편을 감수하든지, 아니면 개별적으로 비싼 돈을 물고 집을 뜯어고쳐야 한다.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사업비가 낮고 기간이 짧은 장점이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재건축의 경우 3.3㎡당 320만~400만원의 비용이 들지만 리모델링은 280만~320만원 수준이다. 또 재건축은 사업기간이 6~10년인 반면 리모델링은 2.5~3.5년에 불과하다. 집을 완전히 허물지 않고 기존 구조를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폐기물 발생이 적어 환경피해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리모델링 시장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사업성이 있는 서울ㆍ경기ㆍ인천 등 수도권에서도 총 167개 단지, 12만3,000가구가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지만 사업이 완료됐거나 착공한 곳은 10개 단지, 1,638가구(2009년 1월 기준)로 1.3%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리모델링이 지지부진한 것은 관련 제도가 산재해 있는데다 재건축에 비해 수익성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여기에 골조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평면 재구성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건축법ㆍ주택법 등에 나뉘어 있는 리모델링 관련 제도 정비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001년 9월 건축법시행령에 법적으로 리모델링의 용어가 정의된 후 리모델링 관련 정책은 9월까지 8년간 총 12차례 개정됐다. 시장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해왔다고 볼 수도 있지만 리모델링에 대한 명확한 비전 및 방향성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윤영선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건축만으로는 노후 주택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리모델링과 병행해서 진행해야 하는데 그동안 재건축 정책에 따라 부침이 심했다"며 "지금이라도 전담 부서를 만들고 관련 제도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규가 여러 곳에 분산돼 있다 보니 어떤 경우는 신축에 준하는 법을 적용하기도하고, 어떤 경우는 재건축 관련 규정을 적용해 사업 추진에 혼란이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토해양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살펴본 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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