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에 직면한 러시아가 수출곡물에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루블화 폭락으로 국내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는 등 내수시장이 요동치는 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아르카디 드보르코비치 러시아 부총리는 이날 정부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 곡물수출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논의됐다"며 "24시간 안에 세부내용이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무역센터(ITC)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세계 밀 수출시장에서 러시아는 7.2%로 5위를 차지했다. 보리 수출규모는 연간 400만톤 정도로 세계 2위다.
올해 러시아의 밀 수확량은 1억400만톤으로 이 가운데 내수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의 적정 수출량은 2,800만톤가량이다. 하지만 지난 7월 이후 러시아의 밀 수출량은 이미 2,100만톤에 이르고 있다고 드보르코비치 부총리는 전했다. 최근의 루블화 폭락 속에 곡물 업체들이 달러 등 외환을 확보할 목적으로 국내판매 대신 수출량을 급격히 늘린 결과다. 이에 따라 러시아 내에서는 곡물수급에 문제가 발생해 지난달 빵 가격이 10%나 급등했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보도했다.
러시아의 관세부과 방침이 알려진 직후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의 밀 3월 인도분은 부셸당(미국 기준 약 26.2㎏) 6.40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7.5센트 올랐다. 국제 밀 가격은 러시아로부터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9월 이후 이미 40% 가까이 뛴 상태다.
라보뱅크인터내셔널의 스티븐 보겔 원자재시장 리서치헤드는 "(러시아 밀의 주요 수입국인) 터키·이집트가 관세적용 대상국에 포함될지 여부가 중요하다"며 "이 두 나라가 제외된다면 관세가 붙는 러시아의 밀 수출량은 300만톤 정도에 그쳐 글로벌 시장이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도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곡물수출 제한조치가 내년 중반 이후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 밀 가격은 부셸당 6.50달러 정도로 7달러까지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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