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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0월 21일] 한중일 FTA 추진하자

10년 전인 지난 1999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사상 처음 한중일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지만 실은 '아세안+3 정상회의' 틀 속에서 이뤄진 모임에 불과했다. 2005년 '동아시아정상회의'로 명칭이 바뀌기는 했지만 아세안+3 정상회의는 아세안 국가들 잔치에 한중일이 손님 자격으로 참석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경제규모, 발전단계에서 앞선 한중일이 아세안 국가들에 경제원조를 제공하는 입장이지만 한중일 간 미묘한 관계로 아세안 주도를 용인하는 상황이었다. 부정적 논리 접고 실익 고려해야 그러나 최근 베이징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무게중심이 공식적으로 한중일로 옮겨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향후 동북아에서 동아시아정상회의를 개최할 가능성도 예상할 수 있고 동아시아 경제통합 등에 대한 실질적 논의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지난 10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실행 가능한 협력 이슈를 발굴하고 단계별 실천도 가능해졌다. 연구기관 간 논의에 머물렀던 한중일 경제협력 수준을 정부 간 협의 채널로 격상시킬 수 있게 됐고 공식협의체 구성으로 정부차원의 정기적인 논의가 가능해졌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한중일) 3국 협력 사이버 사무국'을 개설해 향후 정상회담의 시기와 의제를 관리하기로 했다. 1년 정도 사이버 사무국을 운영하고 필요에 따라 오프라인 사무국을 발족하기로 한 점은 한중일 정상회의의 제도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논의에도 물꼬가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칠레에 이어 거대 경제권인 미국ㆍ인도와 FTA를 체결한 데 이어 15일 유럽연합(EU)과도 가서명해 FTA 정책이 우리나라 통상정책의 한 축을 형성하게 됐다. 하지만 일본ㆍ중국 등 인근 국가의 FTA 협상요청에는 선뜻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FTA 정책이 대세를 이루는 현 상황에서 인근 국가와의 FTA 추진을 정치·외교적 또는 경제적 측면에서 외면하기 어렵다.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고 활발한 교역대상국과의 FTA 체결이 높은 경제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음은 경제통합론이 시사하는 바이지만, 그동안 국내에서는 이들 국가와의 양자 간 FTA 추진에 부정적인 논리가 주로 통용됐다. 일본과는 부품소재 분야 피해가, 중국과는 농업개방 부담이 양자 간 FTA 평가에서 주로 거론됐고 2월 아시아 모든 국가와의 FTA 추진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우리 정부의 '신아시아 구상' 발표에도 불구하고 양자 간 FTA를 본격 검토할 여건이 형성되지 못했다. 그동안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한중일 FTA 추진논의가 있었음에도 진전이 더뎠던 것은 3국이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최근 집권한 일본 민주당 정부가 친(親)동아시아 정책을 표방하면서 자민당 정권과의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어려운 경제여건, 내년 선거 등의 정치논리로 국제적 이슈에 대해 책임 있는 입장전환을 기대하기 어렵다. 중ㆍ일 간 패권경쟁 의식이 작용하는 가운데 중국의 경제적 위상이 높아져 일본의 견제심리가 강해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통상당국, 단계별 전략 모색을 한국정부 입장에서 보면 양자 간 FTA에서 제기될 수 있는 부정적 측면을 3국 간 FTA 체제 하에서 완화시키면서 경제적 실익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에 한중일 FTA 검토를 먼저 제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상회의마다 의제로 제기돼 온 한일, 한중 FTA 협상요청 부담을 덜면서 국익과 부합하는 3국 간 협정을 정부차원에서 모색할 수 있게 됐다. 통상 당국은 한중일 FTA 추진을 구체화시킬 수 있는 단계별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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