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권업계는 휴가철이지만 불황 때문에 맘 편히 쉬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간부 사원일수록 휴가 갈 엄두조차 못 내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은 비단 증권업계의 일만은 아닌 듯하다. 사상 유례없는 내수부진과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전 산업에 걸쳐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여름휴가를 계획하는 국민들이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충분히 쉬지 못하고 일에 파묻혀 살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연간 근로시간이 지난 2011년 기준으로 2,090시간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근로시간의 1.18배나 된다. 하지만 노동생산성은 66%에 불과해 34개 OECD 국가 중 28위를 차지했다. 결국 오랫동안 일하지만 효율적이지는 못하다는 얘기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다 보면 혼자만의 시간이 절실하다. 그러다가 생각해낸 것이 바로 걷기다. 저녁 약속이 없거나 취소되면 사무실에서 집까지 4시간가량을 걷고는 한다. 길을 걷다 보면 그동안 잊고 살았던 소중한 것들을 볼 수 있다.
'클리나멘(Clinamen)'이란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가 전파한 말로 주어진 관성적 운동에서 벗어나려는 힘의 성분 혹은 경향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철학적으로 클리나멘은 타성과 관성에 맞서 기성을 벗어나려는 이탈을 의미한다. 삼성경제연구소 출신인 강신장씨는 '오리진이 되라'라는 책에서 "우리의 삶이 클리나멘적이어야 한다. 삶의 속도를 줄이고 익숙한 길을 버려야 새 길로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숨 가쁘게 뛰기만 했다면 때로는 느리게 걷는 느림보 철학이 필요하다. 그동안 앞만 보며 달려왔다면 가끔은 옆도 보고 뒤도 보는 시선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들이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되기도 하고 우리 삶을 완전히 뒤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삶의 성공을 위해 많은 것을 투자해왔다. 우리가 살아온 시대는 남다른 지식과 기술을 가진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생각의 시간이다. 급변하는 시대에는 남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떨 때 가장 행복을 느끼는지 알아야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성공을 잡을 수 있다.
우리 회사 출입구에 대형거울을 달았다. 지금의 내 모습이 최선의 모습인지 자기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자는 취지다. 내 삶의 모습을 살피고 돌아보는 여유를 갖자는 의미다. 힘든 시기일수록 때로는 휴식이 필요하다.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눠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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