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찢고 때리고 하는 졸업 문화를 보니 기가 찹니다. 이렇게라도 해서 막을 수 있다면 그래야겠지요.”(학부모 최모씨)
8일 오전 졸업식이 열린 서울 중구 환일고등학교와 송파구의 일신여자상업고등학교를 찾은 졸업생과 학부모들은 곳곳에 배치된 경찰들을 보며 이 같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밀가루ㆍ소화기ㆍ계란 등이 동원된 과도한 졸업식 뒤풀이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을 막기 위해 올해 대부분의 졸업식에 경찰들이 배치된 데 따른 것이다. 물론 학교폭력 예방차원도 있다.
환일고 졸업생 학부모인 이영숙(50)씨는 “경찰이 와서 지켜야 한다. 폭력으로 얼룩지는 졸업 문화는 이번에 아예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신(46)씨도 “방송을 보니 정도를 넘어서는 경우가 많더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반응도 제각각이다. 각각 2학년인 김영준(18)군은 “경찰이 오든 말든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으며, 이종후(18)군은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경찰들이 배치되는 것이므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또 졸업생인 김민규(19)군은 “요즘은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 경찰이라도 와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일신여상의 경우 이날 김황식 국무총리가 참석해 더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약 80명의 경찰이 배치된 일신여상에는 경찰뿐 아니라 자율방범대와 해병전우회도 졸업식 질서 유지를 위해 나서 눈길을 끌었다.
학부모 이성순(48)씨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참아야 하지 않나 싶다”고 했으나, 하지만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학부모는 “그래도 경찰을 배치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졸업식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은 이색 졸업식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동대문구는 관내 중ㆍ고등학교 졸업식 문화개선을 위해 청량중학교를 시작으로 대광중ㆍ전동중ㆍ정암미용고 졸업생들에게 교복 대신 대학 졸업가운을 입혀 특색 있는 졸업식을 연출한다고 밝혔다.
교복 물려주기 운동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부산에서는 영화제 졸업식이 열려 눈길을 끌었다.
부산 부일외고는 이날 졸업생들이 중앙현관에 깔려 있는 레드 카펫을 밟고 걸어 나오면 졸업식장인 강당 입구 포토라인에서 기다리고 있던 후배 사진기자들이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는 방식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최진관 부일외고 교감은 “지금까지의 졸업식이 지루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이런 문화를 바꾸고 학생들에게 내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심어주기 위해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졸업생과 재학생이 어울리는 음악 공연 졸업식이나, 작품을 전시하는 등의 학예회 졸업식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에서는 졸업식 자체를 인터넷 또는 SNS로 생중계하는 방법도 갈수록 다양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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