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동통신 시장이 후발업체인 스프린트와 T모바일을 중심으로 치열한 요금인하 경쟁에 돌입했다. 최근 스프린트의 T모바일 인수계획이 미국 규제 당국의 반대로 무산되자 이동통신 시장에서 독자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양사의 가입자 확보 경쟁에 불이 붙은 것이다.
미국 이동통신 업계 3위인 스프린트는 21일(현지시간) 월 60달러(6만1,000원)에 음성통화·문자메시지·데이터통화를 무제한 제공하는 상품을 내놓았다. 업계 4위인 경쟁사 T모바일의 똑같은 무제한 요금제보다 20달러 싼 가격이다. 다만 이 요금제를 이용하려는 고객은 단말기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으며 본인이 휴대폰을 직접 마련하거나 정가에 구매해야 한다. 이에 앞서 20일 T모바일도 타사 고객을 빼내기 위한 데이터통화료 프로모션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자사 고객이 다른 이통사 서비스를 이용하던 사람을 설득해 T모바일에 가입시키면 두 사람 모두에게 1년간 LTE 데이터통화 무제한 요금제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신규 가입자를 소개해준 자사 고객에게는 25달러 상당의 보너스 포인트도 제공한다. 블룸버그통신은 T모바일의 행보에 대해 "후발주자인 스프린트의 가입자뿐 아니라 선발주자인 AT&T와 버라이즌의 가입자까지 빼내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미국 이동통신 시장은 버라이즌·AT&T의 '2강'과 스프린트·T모바일의 '2약' 구도로 3·4위 업체 간 요금인하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 양사 간 인수합병(M&A)이 논의되면서 잠시 경쟁이 중단됐지만 이달 초 스프린트가 반독점 문턱에 걸려 T모바일 인수 시도 포기를 선언한 후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다. 특히 스프린트의 경우 이동통신 품질 조사업체 루트메트릭스가 올해 상반기 미 전역을 대상으로 실시한 네트워크 품질 평가에서 최하점수를 받은데다 가입자 수가 7년 연속 줄어들고 있어 생존을 위해 요금인하 경쟁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3·4위 업체 간 불꽃 튀는 요금 경쟁에 대해 존 레저 T모바일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미국 이동통신 고객이 받아온 오랜 무시와 무관심을 바꾸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발주자들의 거센 공략에 미국 시장의 '2강' 격인 AT&T와 버라이즌도 요금인하에 나섰다. 버라이즌와이어리스는 지난 15일부터 신규 가입자에 한해 무제한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데이터 2기가바이트(GB)를 월 60달러에 제공하고 있으며 단말기 할부 프로그램인 '버라이즌 에지' 가입 고객에게는 같은 서비스를 월 50달러에 제공한다. 이는 전보다 각각 30달러 낮은 요금이다. 다만 완전 무제한 요금제는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이들은 빠르고 안정된 통신속도와 통화품질을 강조하고 있다. 두 기업은 루트메트릭스의 올 상반기 품질 평가에서 최고 평점을 받기도 했다. 버라이즌 대변인은 LA타임스에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할 때 가격만 고려하지는 않는다"며 "소비자들은 휴대폰을 쓸 때 '속도가 느리거나 아예 연결이 안 되는 것이 과연 진정한 무제한 요금제인가' 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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