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잠실 주공 2단지 등 분양을 앞둔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 대한 관리처분계획 인가 취소 검토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집값안정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부는 그동안 고분양가가 주변 아파트 값을 끌어올리고 이는 다시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왔다고 보고 있다. 실제 최근 몇 년간 분양가가 급등하면서 인근 아파트 값도 덩달아 오르는 구조가 정착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서울 강남에서 시작된 분양가 높이기 경쟁은 지방으로 확산돼 부산ㆍ대구의 경우 평당 1,000만원 아파트가 수두룩하고 대전ㆍ울산ㆍ광주 등의 분양가도 폭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분양을 앞둔 대부분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이미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마친 상태인 만큼 이 같은 제재 검토는 사실상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을 소급 적용하는 셈이다. 정부가 그동안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분양가 인상을 간접 규제한 적은 있지만 이처럼 직접 규제를 검토하기는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정부는 특히 “3ㆍ4개 업체가 분양가를 높이기 위해 기획부동산이나 인터넷 부동산 포털업체 등을 동원, 인근 아파트 거래 가격을 높게 유지하도록 작전까지 불사한 정황이 있다”고 밝힌 것은 앞으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국지전 양상에서 전면전 양상으로 확대될 개연성이 높음을 시사하고 있다. “지난 1~2월 사이 거래된 주택거래 신고내용을 분석한 결과 절반 이상이 투기적 거래로 추정됨에 따라 기획부동산, 사설펀드, 불법 중개업소, 투기 가담자 등 투기적 거래 의심자에 대한 위법 여부를 가리기로 했다”는 건설교통부 관계자의 말도 이 같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건교부가 이번 고분양가와의 전쟁에서 주요 타깃으로 삼은 것은 잠실 주공 2단지. 잠실 주공 2단지는 전체 5,563가구 중 일반분양이 1,115가구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교부는 잠실 주공 2단지는 물론 서울 지역 4차 동시분양에 함께 나서는 도곡 주공 2차, 조만간 분양이 이뤄질 잠실 주공 1단지, 잠실 시영, 삼성동 차관아파트 등을 모두 ‘사정권’에 넣고 있어 파급효과는 일파만파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그동안 분양을 앞둔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 하향 조정을 위해 분양가 인하 권고, 국세청을 통한 세무조사 방침을 밝혔지만 제재효과가 미미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조합과 시공사들은 정부의 전방위 압박에도 불구하고 분양가를 대폭 낮출 경우 조합원들의 추가부담금이 늘어나고 이로 인해 관리처분 총회를 다시 열어야 하는 문제 등을 내세워 ‘버티기’에 나서고 있는 상태다. 조합과 시공사의 이 같은 버티기는 정부가 더이상 쓸 카드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과 함께 관할 지방자치단체 역시 지역 민심을 고려, 이들에게 무게중심을 두는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실제 건교부는 잠실 주공 2단지의 분양가와 관련해 여러 차례 송파구청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송파구청은 법적으로 분양가 인하를 권고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건교부가 이번에 관리처분계획 인가 취소, 한발 더 나아가 분양승인 취소를 검토하고 나선 것은 이 같은 ‘구조적’ 장애물을 일거에 무력화시켜 집값불안을 차단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만일 분양을 앞둔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가 하향 조정 없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이후 분양에 나설 재건축 단지도 높은 분양가를 책정하는 등 연쇄적인 고분양가 책정이 이어지고 이는 재차 전체 강남 아파트의 가격 상승을 부추길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 4차 동시분양에 나서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 결정 데드라인은 26일까지다. 오는 27일이 동시분양 입주자모집 공고일인 만큼 이전까지 분양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건교부는 일단 지방자치단체를 통한 분양승인 보류를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지방자치단체의 협조가 미미할 경우 관리처분계획 인가 및 분양승인 취소라는 직접 규제에 나설 공산이 크다. 이 같은 점 때문에 조합과 시공사들이 분양가의 하향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있지만 최종 분양가 결정 순간까지 이해관계자의 줄다리기는 숨가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