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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이슈분석] 길 잃은 보금자리 해법은

■ 행복주택보다 입지 떨어져… 기업 유치 등 자족기능 높여야<br>수도권 외곽에 짓는 임대주택 미입주 사태 우려<br>분양 줄이면 수익 악화로 LH 등재정부담 늘어<br>주거 위주 계획 바꿔 직주근접형 차별화 필요


4ㆍ1부동산종합대책의 핵심 내용 중 하나는 기존 보금자리주택 정책을 대폭 손질한 것이다. 수도권 개발제한구역(GB) 내 신규 보금자리지구 지정을 중단하고 기존 지구의 공급물량과 청약시기를 조절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보금자리주택 정책이 무주택 서민의 자가 보유를 촉진한 측면도 있지만 환경 훼손, 공공개발 이익의 사유화, 민간 분양시장의 위축 등 부작용이 크다는 비판을 수용한 결과다. 이를 두고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권의 대표적 부동산 정책인 보금자리주택을 사실상 용도 폐기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기지정된 지구에 대한 사업을 계속 추진한다는 점에서 출구전략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같은 출구전략이 보금자리주택의 폐해를 일정 부분 개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더 큰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보금자리지구 내에서 분양주택을 줄이고 임대주택을 늘리는 것은 주거복지 증진 차원에서 바람직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인 행복주택과 상충되면서 중복 투자에 따른 낭비와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을 키울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분양 물량을 크게 줄일 경우 사업성 저하와 함께 정부 재정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행복주택 비해 입지 불리한 보금자리주택 대량 미입주 우려=정부는 보금자리지구를 추가 지정하지 않되 이미 지정된 지구는 사업을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명박 정부는 수도권 GB 보금자리지구 21곳을 비롯해 기존 국민임대주택단지를 보금자리지구로 전환한 곳을 포함해 총 150만가구의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었다. 당초 계획상 장기임대주택과 공공분양주택의 비율이 33%와 67%였지만 실제 착공은 14%와 86%로 공공분양 위주로 사업이 추진돼 보금자리주택은 민간 분양시장을 황폐화시킨 주범으로 지목됐다. 현 정부가 보금자리지구의 공공분양을 축소하고 임대위주로 공급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보금자리주택의 임대 비중을 대폭 늘릴 경우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행복주택정책과 상충될 수밖에 없다는 것. 국토교통부는 20일 서울 오류ㆍ가좌 등 7곳의 행복주택 시범지구를 선정하고 연내 1만가구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행복주택은 2018년까지 연 평균 4만가구, 총 20만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아직 토지보상이 이뤄지지 않은 3~6차 보금자리지구에서 건설되는 주택은 총 15만7,876가구(인천 구월 제외). 이중 약 72%인 11만3,515가구가 보금자리주택이다. 보금자리주택의 임대 비중을 80%로 높일 경우 약 9만가구가 임대주택으로 공급된다. 수도권 GB 보금자리는 2기 신도시에 비해 비교적 입지여건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지만 도심에 위치하는 행복주택 입지와 비할 바가 아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입지가 떨어지는 보금자리지구의 임대주택은 미입주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임대주택 수요자들이 교통이 편리하고 직주근접이 가능한 행복주택에 입주하려고 하지 수도권 외곽으로 나가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보금자리는 민간 아파트와 경쟁관계에 있었지만 앞으로는 행복주택과 경쟁해야 할 처지"라면서 "이는 자원 배분의 효율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막대한 재정투입 불가피… 국가 부채 증가 우려=보금자리주택의 임대 비중 확대는 필연적으로 정부 및 공기업의 재정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보금자리주택의 건립 재원은 정부 재정과 국민주택기금, 사업자 자체 자금 등으로 이뤄진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국토부는 지난해 6월 말 현재 보금자리주택 사업에 7조8,400억원을 투자하고도 3조6,456억원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재정상황을 악화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그나마 분양 위주로 사업을 시행했기 때문에 이 정도에 그쳤을 뿐이다. 향후 임대위주로 공급할 경우 재정투입이 급격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고 수선유지비ㆍ인건비 등 유지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는 고스란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SH공사 등 주택관련 공기업의 재무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토지보상 등 사업비 규모는 큰 데 비해 임대주택 공급확대로 사업성 악화도 우려된다. 예를 들어 분당신도시급 규모로 사업비가 25조원 안팎으로 추산되고 토지보상비만 8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광명ㆍ시흥지구는 약 6만7,000가구의 보금자리주택의 대부분을 임대 위주로 공급할 경우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

정부는 공공주택 사업지를 민간 건설사에 매각해 사업비를 보전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미 보금자리지구에는 민간 건설사 몫의 택지가 다수 포함돼 있는 상태여서 매각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분양 위주로 해도 수익이 안 나는데 임대로 바꾸면 엄청난 재정투입이 불가피하고 사업비 회수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주거 일변도 벗어나 용도 변경 통해 자족기능 강화 필요=보금자리주택 사업을 폐기하지 않고 사업 계획을 조정하는 범위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하려면 주거기능 일변도에서 벗어나 토지용도 변경 등을 통해 자족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토부가 양주신도시에 경기북부권 내 특화산업을 유치해 자족성을 강화하는 등 기존 택지지구나 신도시의 사업계획 조정을 시도하듯 보금자리지구도 친환경 제조업 유치 등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직주근접형 임대주택단지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현아 연구위원은 "그린벨트를 허물고 조성하는 보금자리지구의 성격을 감안할 때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겠지만 정부 재정부담을 최소화하고 지구 활성화를 위해서는 용도 변경을 추진해봄 직하다"면서 "이번 기회에 보금자리지구를 비롯해 공공임대주택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수도권 도시정책을 새로 짜야 한다"고 말했다.

임대주택 비중을 늘리더라도 다양한 방식의 공공아파트 공급을 통해 소득 4~6분위의 자가소유 욕구를 충족시켜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5ㆍ10년 분양전환을 비롯해 토지임대부ㆍ지분형주택 등 하이브리드형 주택 공급을 통해 무주택 서민에게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하려던 보금자리주택 사업의 기본 취지를 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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