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상암월드컵경기장은 자국팀을 응원하러 온 우즈베키스탄인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들은 장대비 속에서도 경기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국내 외국인 근로자 60만명 시대를 실감할 수 있는 하나의 장면이었다.
‘국민 100명 중 3명이 외국인’
법무부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이주노동자, 결혼이민자, 귀화자 등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수는 지난 9일 현재 150만1,761명으로 집계됐다.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가 처음으로 150만명을 돌파한 것이다. 국민 100명 중 3명이 외국인인 셈. 2003년 68만명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10년 동안 그 수가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체류 외국인을 국적별로 보면 한국계를 포함한 중국 출신이 49.9%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이어 미국(9.3%), 베트남(8.1%), 일본ㆍ태국ㆍ필리핀(각각 약3%), 우즈베키스탄(2.5%), 인도네시아(2.3%) 순이었다.
체류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다문화가정도 증가하고 있다. 다문화가정의 구성원은 약 7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결혼이민자(혼인귀화자 포함)는 22만여 명이지만 실제 국내에서 다문화가정을 꾸린 경우까지 합하면 26만7,000여명에 이른다. 이에 더해 다문화가정 자녀 16만여 명과 결혼이민자의 배우자까지 합치면 다문화가정 구성원은 7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잠재적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 다문화사회 저해하는 도화선 될 수 있어
안정된 다문화사회는 한국에게 피할 수 없는 과제로 직면했다. 국가간 자원과 자본이 이동하며 이에 따라 인력도 교환되고 있어 한국은 더 이상 단일 민족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우기도 애매한 상황이 된 것이다.
사회가 다원화되면서 우리와 그들의 문화가 접목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은 다문화사회가 갖고 있는 장점이지만, 하나의 국가에서 서로 다른 문화가 혼재되며 발생하는 부작용도 심각한 상황이다. 외국인 노동자를 향한 차별적 대우나 범죄 등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논의는 비교적 의견교환이 자유로운 인터넷 등에서 꾸준히 ‘뜨거운 감자’로 자리하고 있다.
보수 성향으로 취급되는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가 최근 ‘리틀 싸이’로 유명세를 탄 황민우 군에게 지속적인 악성 댓글 등을 달아 논란이 됐었다. 황민우 군의 어머니가 베트남인이라는 게 이유였다. 이들은 예전부터 동남아 등지에서 유입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계속해 왔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외국인 범죄나 정부에서 지원하는 다문화 지원금, 또 외국인 숫자가 늘어남에 따라 내국인들의 입지가 좁아질 거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물론 이런 식의 무차별적 주장은 ‘일베’에서만 이뤄지는 극소수의 의견이다. 또 이런 수준의 논의는 자칫 제노포비아를 야기할 수 있어 이상적인 다문화사회의 정착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사회 저변에 크기를 알 수 없게 깔린 반다문화 정서는 언제든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어 그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정부, ‘다문화 시대를 향한 가교역할 해라’
최근 보건복지부 게시판엔 다문화 가정의 지원에 대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한 학부모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어린이집의 선발 순위 가운데 다문화 가정이 다자녀 가정보다 더 높아 자국민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다문화사회를 위한 국가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자국민과 외국인 모두 납득할 만한 수준의 형평성 있는 정책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또 전문가들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어렸을 때부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문화사회에 대한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사립대학 사회복지학교 교수는 “우리의 정체성을 지켜가는 가운데 다른 민족과도 성장할 수 있는 ‘다름의 문화’를 지닐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한 시기”라며 “어렸을 때부터 교육체계 안에서 다양한 민족, 계층, 인종이 함께 공부하면서 다문화 마인드를 키우는 것은 다문화 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원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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