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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쇠고기수입 규제완화…한국 시장개방 압박

미국 농무부 산하 동식물검역소가 12일(현지시간) 최근 월령 30개월 이상을 포함해 뼈없는 쇠고기의 수입을 허용하는 조치를 단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 당국은 이를 30개월이 넘는 쇠고기 수입을 제한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을 상대로 시장개방 압력을 가하려는 수순밟기의 성격으로 해석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동식물검역소는 지난 1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보도자료를 통해 광우병 관련 쇠고기 수입규제를 현대화하고, 국제수역기구(OIE)가 정하고 국제적으로 용인되는 기준에 따라 규제한다는 입장을 국제사회에 천명한다고 밝혔다.

동물·가축 위생에 대한 국제 기준과 국가별 등급을 정하는 국제기구인 국제수역사무국은 광우병 위험등급을 ‘위험무시국’과 ‘위험통제국’, ‘위험 미결정국’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위험무시국 또는 위험통제국의 경우 원칙적으로 월령·부위 제한을 두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수출 상대국에 대해 국제수역사무국 기준을 적용해 쇠고기 시장을 완전 개방하라고 압박하면서도 정작 스위스 등 광우병 위험통제국의 쇠고기 수입을 금지해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조치는 유럽연합과의 범대서양 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협상을 촉진하는 성격과 함께 자국의 규제완화 조치를 근거로 한국과 일본 등이 30개월 이상의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도록 압박하는 의미가 강하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소비자연합 수석과학자인 마이클 한센 박사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미국은 ‘이제 우리의 문턱을 낮춰서 모든 국가로부터 어떤 연령대의 쇠고기라도 다 수입할테니까, 당신들도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를 수입해달라’고 말할 것으로 추측된다”며 “그러나 과연 이것으로 한국의 입장이 바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센 박사는 “한국 내에서는 2008년 촛불집회와 같은 내부적 반발로 인해 미국의 이 같은 요청을 받아들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에 대해 한국 정부는 아마도 ‘이것 보시오. 우리가 어떻게 이 문제를 다룰 수 있겠습니까’라고 반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미 대사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조치의 내용을 정밀 분석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최근 자국 축산업계의 로비를 받아 한국과 일본 등을 상대로 시장개방 압력을 크게 강화하는 추세다.

미시간 주를 지역구로 둔 데비 스태브노우(민주) 상원 농업위원장은 이번 조치와 관련해 보도자료를 내고 “쇠고기 수출을 제한한 특정시장에 진출하는데 매우 긴요한 조치”라고 평가하고 “이 같은 노력은 다른 국가들의 비관세 장벽을 깨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위싱턴 외교가에서는 한국과 일본 시장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몬태나주 출신의 상원 재무위원장인 막스 보커스 의원과 아이오와주 출신의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인 척 그래슬리 등도 올들어 한국과 일본의 쇠고기 시장을 개방하려는 취지의 공개발언을 수차례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쇠고기연합의 스콧 조지 총재는 “이번 조치는 우리의 시장접근 기회를 확대하고 고품질 미국 쇠고기에 대한 국제적 수요를 충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무역사무국은 지난 5월 ‘위험통제국’이던 미국의 광우병 위험등급을 ‘위험무시국’으로 상향조정할 것을 회원국들에게 권고한 바 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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