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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R&D 없는 화장품 미래도 없다
입력2005-07-06 16:43:03
수정
2005.07.06 16:43:03
김민형 기자 <생활산업부>
지난주 말 시내의 한 백화점에서 만난 20대 여성. 그녀는 일본산 화장품 브랜드 ‘SKⅡ’ 매장에서 10만원을 훌쩍 넘는 화장품을 6개월 할부로 계산했다. 그녀는 “화장품에 국경이 어디 있어요. 내 피부에 좋으면 그만이죠”라는 말을 남기고 총총히 매장을 빠져나갔다.
국내 화장품시장에 일본 화장품 바람이 거세다.
6일 대한화장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화장품 수입액은 8,654만달러로 지난 2003년에 비해 19.1%나 증가했다. 백화점에서도 ‘SKⅡ’ ‘시세이도’ 등 일본산 화장품 브랜드 매장은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화장품 한개가 수십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고가인데다 최근 불거진 반일감정 때문에 잘 팔릴까 의문이 들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높다. 반면 토종 브랜드들은 외국 브랜드에 밀려 찾아보기조차 힘든 게 현실이다. 언뜻 보면 여기가 한국 땅인가 싶을 정도다. 국내 유수의 화장품ㆍ생활용품회사인 L사의 경우 “명품 이미지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강남 신세계백화점에 입점조차 못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백화점은 수요와 공급 곡선의 그래프가 절묘하게 만나는 살아 있는 유통 현장이다. 이곳에서 왜 토종 브랜드는 찬밥 신세일까. 외국계 기업들의 브랜드 매니저들은 이구동성으로 토종 회사들의 기술력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 외국계 화장품회사의 한국인 임원은 “외국계 회사들의 기술개발 투자와 비교할 때 한국 기업의 기술개발 투자는 턱없이 모자란다”며 “일본 브랜드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결국 기술력의 차이가 가져온 결과”라고 지적한다.
실제 토종 화장품회사들은 대부분 올들어 기술개발투자를 지난해보다 줄였다. 제품개발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에 의존하고 있는 초저가 화장품 브랜드 ‘미샤’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 대비 기술개발 투자는 0.26%에 그쳤고 올 1ㆍ4분기에는 이보다 더 줄어든 0.24%를 투자했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 로레알이 매년 수천억원에 달하는 매출액 대비 3% 이상의 자금을 기술개발에 쏟아붓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소비자들은 영리하다. 대규모 판촉행사에 잠시 마음을 바꾸기도 하지만 정작 자기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품을 고를 때는 비싸더라도 품질이 좋은 제품을 고른다. 이들을 자신의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는 애국심도 얄팍한 마케팅 전략도 아닌 좋은 품질의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좋은 품질의 제품이 적극적인 기술개발에서 나오는 것쯤은 명품 이미지가 부족해 백화점에서 천대 받는 토종 회사들도 알고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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