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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정리 나선 朴… 새누리 경제민주화 밑그림 손보나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반대로 공약 초안 전반적 수정 불가피<br>불공정거래 차단에 방점 두고 지배구조 개선 일부 수용할듯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대기업의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에 부정적인 입장을 재확인함에 따라 조만간 발표될 경제민주화 최종 공약 내용이 어떻게 결정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선공약을 총괄하고 있는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산하의 경제민주화추진단이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을 공약 초안으로 마련한 상태에서 박 후보가 사실상 '거부' 입장을 표명함에 따라 경제민주화 내용 전반에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민주화 공약의 큰 방향이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불공정거래 차단 등 두 개의 축으로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새누리당의 최종 경제민주화 방안은 경제적 강자와 약자 간 불공정거래를 해소하는 데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 측의 한 핵심관계자는 "박 후보는 정치적 당위성보다는 경제 현실과 실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하고 기존 순환출자는 그대로 두자는 게 이전부터 박 후보가 가졌던 소신이고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 지분구조에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중간금융지주사 설립, 금산분리, 계열사 편입 심사제, 지분조정명령제 등은 최종 공약 결정 때 당내에서 적지 않은 마찰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형 유통업체와 골목상권, 고용주와 근로자, 경영자와 소액주주 간 불공정거래를 차단하는 조치는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대부분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한 공약은 ▦집중투표제ㆍ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재벌 총수의 배임ㆍ횡령에 집행유예 제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연기금의 주주권 강화 ▦사인(私人) 침해행위금지청구권 도입 ▦대형 유통업체의 백지계약 금지 등이 대표적이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방안은 투트랙으로 전개된다"면서 "지배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야권과 달리 불공정거래 개선에 우선은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가 야권으로부터 비판 받을 것을 감수하고 기존 순환출자를 인정하기로 한 것은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데다 의결권 제한 등으로 지나치게 개혁적인 제도도입이 불러올 시장 혼란을 차단하겠다는 실용적인 접근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의결권이 제한되면 역설적으로 국내 기업에 불리하게 해외기업의 인수합병(M&A) 위험에 노출될 수 있고 경영권 방어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9일 부산 부경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제민주화 공약과 관련해 "어떤 법이든지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게 최고 가치"라며 "당 공약위원회에서 여러 가지 의견을 조율하고 어떻게 하면 국익에 가장 합당한 것인가를 충분히 검토해 책임 있게 내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특히 김 위원장이 마련한 대기업집단법 제정 등 경제민주화 공약 방안에 대한 논란을 묻자 "여러 의견이 있는데 어떤 때는 그게 당의 입장으로 저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발표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그러면 국민들은 당이 이쪽으로 가나 저쪽으로 가나 혼란스럽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행추위가 마련하고 있는 경제민주화 공약은 최종 결정 과정에서 수정이 가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처럼 경제민주화 방향이 변경될 조짐을 보이자 행추위와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내부에서는 강하게 반발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만든 경제민주화 방안이 무리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경제민주화 자체가 균형 있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행추위의 한 핵심관계자도 "박 후보에게 제안한 경제민주화 방안은 수없이 많은데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된다고 해서 경제민주화 방향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다른 방안들은 그대로 수용될 수 있도록 박 후보를 설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순환출자는 그대로 두자는 게 박 후보의 소신인 만큼 지배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방안들을 박 후보에게 설득해 경제민주화 최종 공약으로 포함시켜나가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경제민주화 사령탑인 김 위원장이 박 후보와 경제민주화 형식ㆍ내용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경우에 따라서는 재차 업무 보이콧 등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행추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분란으로 비쳐질 수 있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박 후보를 만나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설득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 강경파인 경실모 관계자도 "표면적으로 집단 반발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강경파와 온건파 간 대립은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뇌관으로 남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행추위의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과 행추위가 공을 들여 만들어낸 경제민주화 공약이 번번이 무산된다면 묵과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대기업 지배구조에 대해서도 민주화가 필요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처럼 경제민주화 방향을 놓고 새누리당 내부에서 이견이 표출되자 야권은 기다렸다는 듯이 비판의 날을 세웠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캠프의 진성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박 후보가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것은 결국 재벌에게 굴복한 것"이라며 "재벌 앞에서 경제민주화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 이슈를 놓고 새누리당에 선점당했던 민주당은 이를 계기로 새누리당의 경제정책 정체성에 대해 공격의 고삐를 바짝 죌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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