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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9월 14일] 관료란 무엇인가
입력2009-09-13 17:35:38
수정
2009.09.13 17:35:38
경제부처의 관료 한명이 또 옷을 벗었다. 잘 나가던, 그리고 속칭 노른자위에 있던 중견 경제 관료였다. 사고만 치지 않으면 적어도 1급까지는 올라갈 것으로 보였다. '보장된 자리'를 버린 것이다. 그는 다음달이면 굴지의 S그룹에 임원의 신분으로 몸담는다. 갑작스레 공무원을 그만두겠다고 한 데는 여러 까닭이 있겠지만 금전적 이유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아마도 그는 관료 시절보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2~3배는 연봉을 더 받을 것이다.
적지 않은 관료들이 민간으로 자리를 옮겨 이제 특별한 일도 아니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관료란 왜, 무엇을 위해 사는가'라는 질문을 새삼 한다.
고시를 통해 관직에 몸을 담은 순간 그들은 입신양명의 꿈에 젖었을 것이다. 그리고 속된 말로 정승 한번 해보겠다며 밤을 새워가면서 젊은 날을 보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국민과 국가에 대한 애정이 싹텄을 것이다. 공무원의 탁상행정을 비판하고 관료 때문에 기업 못해먹겠다고 욕하지만 그래도 그들이 있었기에 이 나라가 이만큼 번듯하게 서 있었음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관료들의 그런 마음은 이미 떠났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요즘 젊은 관료들과 얘기를 나누다보면 가슴이 턱 막힐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미래의 장차관 자리를 박차고 민간으로 훌쩍 떠나고 로펌과 회계법인에 둥지를 트는 선배들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하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김앤장과 삼성에 몸담고 있는 선배들은 차라리 동경의 대상이다.
30년 이상 경제 부처의 관료 생활을 했음에도 퇴직을 앞둔 이 순간 집 한채 마련하지 못해 돈을 벌기 위해 외국계 컨설팅 회사를 생각하는 대선배를 보면서 젊은 후배들은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하기야 '얼리 버드'를 지향하는 나랏님 눈치를 살피느라 '월화수목금금금'의 체질에 익숙해져 그런 생각을 할 겨를조차 없을지 모른다.)
실상이 이럴진 데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그들에게 일방적 희생을 요구한다. 나라 형편이 좋지 않으니 관료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분위기라면 지난 2년 월급이 동결된 데 이어 내년에도 기대할 바 없을 듯하다. 경기가 좀 풀려 내년에는 뭔가 달라질 것으로 봤는데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며칠 전 당정 회의에서 기대의 싹을 싹둑 잘랐다. "공무원 인건비 증가를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것이었다.
언제까지 관료들에게 꿈을 먹고 살라고 할 것인가. 언제까지 "정년에 퇴직 이후에도 평생 연금을 받고 살지 않느냐"는 상투적인 질문만을 던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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