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 최신호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 시리자가 그리스 총선에서 이긴 다음 현행 긴축정책을 포기한다면 독일은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는 이른바 ‘그렉시트’(Grexit)가 거의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슈피겔은 메르켈 총리와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이 유로 단일 통화체제인 유로존에서 그리스가 탈퇴해도 “견딜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라고 전하기도 했다. 독일은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의 경제회복, 유로존의 항구적 구제기금인 유럽안정화기구(ESM) 설립, 유로존 ‘은행연합’ 출범 등으로 그리스가 빠져나가도 그 여파는 제한적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잡지는 덧붙였다.
그리스 의회는 퇴임하는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대통령의 후임자를 선출하려고 세 차례나 표결했지만 끝내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하면서 지난달 31일 해산, 오는 25일 총선을 앞두고 있다. 시리자는 여론조사에서 집권 신민당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 집권이 유력하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독일 언론은 슈피겔의 보도가 현행 긴축정책의 종식을 공언한 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대표를 겨냥한 메르켈 총리와 쇼이블레 장관의 압박 시도로 보고 있다.
하지만 슈피겔 기사에 대해 집권 다수당 기독교민주당(CDU)은 물론 대연정 파트너인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 군소정당까지 비난하고 나서자 메르켈 측은 진화에 나섰다. 독일정부 게오르크 슈트라이터 대변인은 4일(현지시간)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제공한 국제통화기금(IMF)·유럽연합(EU)·유럽중앙은행(ECB)의 ‘트로이카’ 채권단과의 합의를 준수할 것이라는 독일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슈트라이터 대변인은 “그리스는 과거 의무사항을 충실히 지켜왔다. 우리는 그리스가 계약상 의무를 계속 다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런 기조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 거듭 확인했다. 그럼에도 여권과 언론은 메르켈 정부의 발상이 “대단히 위험한 술책”이라며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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