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7월18일,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상하원에 제안서를 보냈다. 내용은 세금 신설. 국제수지 방어를 위해 외국에 투자하는 미국 자본에 세금을 물리겠다는 ‘이자형평세(IETㆍInterest Equalization Tax)’ 법안은 이듬해 9월 상하원을 통과했다. 금리형평세로도 불린 이 세금의 대상은 해외투자. 해외 주식이나 3년 이상 해외 채권에 투자할 경우 최고 15%의 세금을 물렸다. 자본을 국내에 붙잡아놓기 위해 해외 대출과 투자에 세금을 매긴 것이다. ‘다른 나라의 사정은 개의치 않는 근린 궁핍화 정책’이라는 비난이 없지 않았지만 케네디와 존슨 행정부는 이를 밀고 나갔다. 미국의 금리가 낮아 고금리인 외국 증권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국제수지 악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판단에서다. IET는 효과를 거뒀을까. 그렇지 않다. 법 제정 당시 110억달러 흑자였던 경상수지가 오히려 악화일로를 걸으며 1977년에는 91억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당초 1년짜리 시한부 입법이었으나 연장을 반복하다 1974년 폐지된 것도 국제수지 개선 효과가 전혀 없다는 무용론에 따른 것이다. 반대로 미국 자본시장이 위축되고 유로 달러와 유로 본드 활성화라는 뜻밖의 결과만 가져왔을 뿐이다. 경제사가 찰스 킨들버거는 IET 신설을 역사적 전환점으로 간주한다. 1차대전 직전인 1913년까지 1세기 동안 영국이 행사해온 ‘지도국’으로서의 위치를 2차대전 이후부터 물려받은 미국의 ‘지도력’이 IET로 사라졌다는 것이다. 국제무역과 통화 시스템을 위해 때로는 자국의 이익까지 포기하는 지도국가 지위를 상실하고도 미국은 오랫동안 세계경제를 쥐락펴락해왔다. 요즘 겪고 있는 미국발 세계경제 불안은 이미 45년 전에 예고됐는지도 모를 일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