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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1월 11일] '미래대비' 강조한 이건희 전 삼성 회장
입력2010-01-10 21:15:51
수정
2010.01.10 21:15:51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미국 라이베이거스 가전전시회(CES)에서 한 발언은 여러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 전 회장은 중국과 일본의 가전제품 매장을 둘러본 뒤 “중국은 시간이 걸리고 일본은 신경이 쓰이지만 겁은 안 난다”고 말했다. 지난 2007년 1월 한국이 처한 경제적 상황을 ‘중국과 일본에 낀 샌드위치 신세’라며 위기를 강조하며 삼성의 분발을 촉구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강한 자신감이 배어난다. 그는 “삼성전자가 소니•파나소닉 등 일본의 큰 전자회사 10개사보다 이익을 더 많이 내고 있다”는 말로 삼성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삼성의 자신감은 곧 한국 경제의 자신감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뿌듯한 일이다.
이 전 회장은 그러나 10년 후를 내다보는 삼성의 신수종사업에 대해서는 “아직 멀었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그는 “10년 전에는 삼성이 지금의 5분의1 크기밖에 안 됐다”며 구멍가게라고 표현하면서 “앞으로도 까딱 잘못했다가는 그렇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우리 사회 각 분야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도 말했다.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경쟁환경을 의식한 발언이다. 삼성을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이 환율효과 등에 힘입어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벗어나고 있지만 결코 긴장감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전 회장의 지적대로 우리 경제는 지금 위기와 기회의 변곡점에 서 있다. 반도체를 비롯해 휴대폰•자동차•조선•텔레비전 등 5대 주력산업은 세계시장 점유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1등 제품은 후발업체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고 2등 업체들은 선두와의 간격을 크게 좁히며 따라가고 있다.
그러나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한 노력이 더딘 것은 개선해야 할 과제다. 대기업들은 자기자본의 10배가 넘은 현금자산을 사내 유보해두고서도 투자에 미온적이다. 이 전 회장은 중국이 우리를 따라오려면 시간이 걸리고 일본도 무서워할 상대는 아니라고 했지만 방심은 절대금물이다. 삼성을 비롯한 우리 기업들은 외환위기와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면서 체질과 체력이 한껏 강해졌다. 자만하지 말고 더욱 분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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