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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달러'에 글로벌 기업 성패 달렸다

향후 20년간 55세이상 인구가 총소비지출 증가분 절반 차지<br>노인용 제품·서비스 출시 잇따라


일본의 대표적 위생용품 기업인 유니참은 내년 3월까지 시즈오카 등 일본 내 3개 공장의 생산능력을 20%가량 늘린다. 생산을 늘리는 품목은 해마다 두 자릿수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성인용 기저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 회계연도(2012.4~2013.3) 유니참의 성인용 기저귀 국내 판매액은 600억엔을 넘어서 처음으로 유아용 기저귀 판매를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전체 기저귀시장 역시 올해부터 성인용이 어린이용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을 필두로 각국에서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가 기업들의 경영전략을 뿌리부터 바꿔놓기 시작했다. 기업들의 성패가 거대한 고령 소비층, 이른바 '그레이 달러'를 잡느냐 놓치냐에 달린 것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선진국에서는 향후 20년간 이른바 '실버층'으로 분류되는 55세 이상 인구가 총 소비지출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 소비층을 잡지 못하는 기업은 점차 살아남기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세계에서 가장 나이 든 나라 일본에서는 이미 노인 소비자들을 붙잡기 위한 총력전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 최대 유통업체인 이온은 노인들의 생활 패턴을 감안해 전국 약 1,000개 매장의 개점시간을 오전 7시로 앞당기기로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이온은 이미 일부 매장에서 의료진단과 다양한 취미강좌 서비스를 제공하고 연금 지급일에는 제품가격을 5%씩 할인해주는 등 경영전략을 고령 소비층 위주로 재편하는 '시니어시프트'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현재 일본 인구 4명 중 1명은 65세가 넘는 고령자들로 한 민간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60세 이상 연령층의 소비지출이 지난해 100조엔을 넘어서며 전체 개인소비의 45%를 차지했다. 내수시장이 위축되는 와중에도 65~69세 이상 고령자의 지갑은 점점 더 열리고 있다.

제리 블랙 이온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이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부유하고 활동적이며 건강하고 오래 사는 은퇴세대"라고 설명했다.



다른 유통업체들도 노인 소비층 공략으로 위축되는 내수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재팬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층을 겨냥해 도시락 배달 서비스의 가격한도를 1,000엔에서 500엔으로 낮춘 결과 주문건수가 3배나 늘어났다. 일본 전통 주점 체인업체인 와타미는 지난 2005년 양로원 사업에 진출, 최근에는 양로원 사업 수익이 본업인 주점 사업을 넘어섰다.

노인층 공략을 서두르는 것은 일본 기업들만이 아니다. 독일의 슈퍼마켓 업체 카이저는 매장 내 에스컬레이터 속도를 늦추는가 하면 전동 휠체어가 다니기 편하도록 통로폭을 넓히는 등 노인친화적 쇼핑 환경 조성에 발 벗고 나섰다. 매장 내 돋보기 비치는 기본이고 긴급호출 버튼도 곳곳에 설치돼 있다.

식음료 업체들도 시장 정체에 맞서 노인용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아사히그룹 자회사인 와코도는 다음달부터 실버 즉석식품 종류를 1.5배 늘려 본격적인 시장확대에 나선다. 이 회사는 고령자를 타깃으로 하는 식품판매가 2년 뒤에는 지금의 6배인 30억엔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최대 식음료 업체인 네슬레의 한 관계자는 "저성장 (선진) 국가에서 가파르게 성장하는 두 소비그룹, 노년층과 비만층을 타깃으로 웰빙 제품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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