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말 기준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 누적 수주액은 341억 달러를 기록했다. 1분기를 제외한 올해 연간 해외수주 목표액이 64억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400억 달러 돌파가 유력한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 수주액은 지난 2011년을 기점으로 대폭 증가했다.
지난 1974년 해외 진출을 시작한 현대엔지니어링은 2010년까지 36년간 누적 해외 수주금액이 80억 123만 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1년부터 해외 수주액이 급증했다. 2011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약 4년 3개월 동안 해외 누적 수주액이 261억 1,554만 달러로, 과거 36년간 수주액 보다 무려 226.4%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말에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전체 사업금액 26억 6,000만 달러에 달하는 칸딤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특히, 2011년은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건설과 함께 현대차그룹에 편입된 해이다. 현대차그룹은 그 해 4월 현대건설을 인수하면서 현대엔지니어링도 품에 안았다. 건설업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최근 4년간 괄목상대한 성장을 현대차그룹 편입 효과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현대엔지어링은 현대차그룹 편입 전과 후가 확연히 다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에 편입된 첫 해인 2011년 우즈베키스탄에 첫 발을 내디딘 이후, 모두 5건 총 40억 9,800만 달러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됐으며, 이라크 전력청으로부터는 가스터빈 발전소 3개(총 6억2,000만 달러)를 동시에 수주했고, 케냐에서는 지열발전소를 수주하며 신재생에너지 시장에도 발판을 마련했다.
최근 국내 건설업계는 지난 몇 년간 지속되는 불황에 예외 없이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건설업계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신시장과 신사업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해외영업망 등이 뒷받침 되지 않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현대엔지니어링의 두각은 전세계 주요 시장에 생산과 판매거점을 구축한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위상이 주효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국내 주택·건축 전문기업인 현대엠코와의 통합을 통해 국내외에서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된 점도 경쟁력으로 평가 받고 있다. 최근 업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변신을 두고 ‘기사회생한 현대엔지니어링이 환골탈태 했다’는 표현이 회자되고 있다. 이는 자칫 외국기업에 매각될 수도 있었던 현대엔지니어링의 아픈 과거사에서 비롯됐다.
지난 2010년 현대건설 채권단의 현대건설 매각 과정에서 당초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독일기업에 현대건설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을 넘기는 방안을 논의한 사실이 공개됐다. 현대그룹은 당시 독일 기업으로부터 1조원을 투자 받는 대신 2년 후 현대엔지니어링을 매각하는 내용의 협의서에 서명했다. 현대그룹과 독일기업간 양측의 협의는 성사되지 않았지만, 당시 현대엔지니어링 직원들은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를…”이라며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차그룹 편입 이후 열악한 건설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4년만에 260억 달러에 달하는 해외수주를 달성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며 “그야말로 기사회생, 환골탈태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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