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은행의 인수 포기로 경영위기에 빠져 있는 미국 4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도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개입, 베어스턴스와 같은 방식으로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리먼브러더스의 처리는 미국 양대 모기지 투자회사인 패니매ㆍ프레디맥에 대한 구제금융에 이어 미국 금융시장에서 해결해야 할 또 다른 시한폭탄이었다.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개입으로 리먼브러더스의 처리는 이르면 오는 15일(한국시간) 발표될 예정이다. 미국 정부와 FRB의 개입으로 리먼의 잠재적 매수자로 거론되는 은행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재무부와 FRB가 리먼의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협상에 개입했으며 잠재적 인수자로는 BoA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리먼브러더스가 자구책에 대한 시장의 싸늘한 반응과 신용평가회사들의 투자등급 하향 조정으로 주가가 연일 폭락하자 부분 매각에서 완전 매각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리먼의 매각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15일 아시아증시 개장 전에 결과가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재무부와 FRB가 민간 금융기관들과 함께 리먼브러더스를 매각하는 방안을 협상 중이며 15일 아시아 시장이 열리기 전에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리먼브러더스와 BoA 측은 협상과 관련된 사실 확인을 거부했다. 사이먼 모건 MF글로벌증권 애널리스트는 “리먼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누군가 인수하는 것뿐”이라며 “시장은 리먼이 부분 매각 등 자구책을 실행할 시간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리먼브러더스 매각협상이 마무리되기까지는 여러 변수가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관건은 미 정부가 잠재 부실에 대한 손실보전을 해주느냐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BoA를 포함한 리먼브러더스 잠재적 인수자들 역시 향후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잠재 부실을 정부가 보전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는 JP모건이 베어스턴스를 인수할 때도 290억달러 규모의 잠재 부실을 보전해주기로 약속한 바 있다. WSJ는 FRB 관계자를 인용, 이번 협상에서는 베어스턴스의 경우와 달리 정부가 손실을 보전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양대 국책 모기지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2,0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리먼도 베어스턴스와 같은 방식으로 매각할 경우 정치적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WSJ는 FRB 내부에서는 공적 구제를 피하는 것이 미 경제를 위해서도 좋을 것이라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외부의 비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리처드 셸비 앨라배마주 상원의원(공화당)은 “FRB는 리먼을 구제하기 위해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리먼 주가는 잠재적 매수자와 매각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보도로 42% 폭락했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리먼이 보다 강력한 금융기관을 전략적 파트너로 찾아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신용등급을 현재 A2에서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골드만삭스가 정부의 지원 없이는 리먼브러더스 인수에 나설 의향이 없다고 밝힌 가운데 또 다른 잠재적 매수자로는 프랑스의 BNP파리바, 영국의 HSBC와 바클레이스, 독일의 도이체방크, 일본의 노무라홀딩스, 스페인의 방코산탄데르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은행은 미국 정부의 명시적인 지원 약속이 없으면 인수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여러 금융기관이 컨소시엄을 이뤄 리먼브러더스를 분할 인수하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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