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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말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났나

거시경제정책 사령탑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국경제가 '중진국의 함정'에서 사실상 탈출한 것으로 평가했다. 12일 한 경영인 조찬강연에서 "올해 우리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달러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며 그렇게 말했다.

1인당 GDP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1만6,000달러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2만달러대로 올라선 것은 다소의 환율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주무장관으로서는 내세우고 싶은 일일 것이다. 지난해와 올해 글로벌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이를 중진국 함정 탈출로 연결시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누구보다 국민이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개도국이 고성장하다가 어느 단계에서 성장이 정체되는 협의의 뜻으로 봐도 그렇고 광의로 넓혀봐도 대한민국은 중진국의 함정에서 아직 탈출하지 못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높기는 하지만 애초에 선진국은 경제성장률로 단순 비교할 대상이 아니다.

중진국의 함정에서 벗어났다고 한다면 그 함정에서 벗어난 효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걸림돌 제거로 가시화돼야 한다. 그러나 어느 모로 보나 우리나라가 그렇게 됐다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잠재성장률은 떨어지는데 중산층은 이미 엷어졌고 고령화ㆍ저출산으로 생산가능 인구는 급속히 줄고 있다. 소득 불균형과 대중소기업 간 불균형 성장 같은 양극화 문제는 해소는커녕 더 심화하고 있다. 탈출이 아니라 늪에 점점 더 빠져들고 있는 게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박 장관의 발언은 경제운용에 대한 자신감과 비전의 발로라고 이해해주더라도 지금 상황에서는 한가한 소리로 오해 받기 쉽다. 유럽 재정위기가 현재진행형이고 이란발 유가불안에 성장률 2% 추락 경고가 나온 지 얼마 안 됐다. 정치권의 무차별적인 포퓰리즘 경쟁은 성장 엔진을 당장 위축시킬 기세이다.

지난해 박 장관은 오는 2014년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맞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피력한 적이 있다. 경제는 심리라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지금은 장밋빛으로 볼 상황이 아니다. 잘못된 인식과 신호는 잘못된 처방을 낳는다. 긴장의 끈을 놓는 것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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