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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4월 10일] 경제체질 강화하자

18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끝났다. 지난해 대선부터 이어진 기나긴 선거정국이 일단락된 셈이다. 이제 국민들은 정부와 정치권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경제 살리기’에 나서주기를 고대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 살리기의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아 보인다. 우선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외 여건이 녹록치 않다. 미국 당국이 전방위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금융시장은 일단 진정세를 찾았으나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인정했듯 실물경제 침체는 상당 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심지어 일본식 장기불황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게다가 원유ㆍ광물ㆍ곡물 가격은 사상 유례 없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과거 정부들도 경제문제를 안은 채 출범했다. 국민의 정부는 외환위기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출범했고 참여정부도 카드대란이라는 부채를 물려받았다. 그러나 현 정부는 우리가 유발하지 않은 외부 경제문제에 대처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책적 운신의 폭이 더 좁을 수밖에 없다. 또 총선이 끝났다고는 하나 새로 구성되는 국회가 오는 6월5일에나 개원하기 때문에 2개월간의 입법부 공백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처럼 정부가 중첩된 어려움에 처한 만큼 경제정책 수행에는 안정된 무게중심과 분명한 원칙이 필요해 보인다. 대외환경이 긴박한 만큼 정부의 직접통제가 불가피할 때도 있겠지만 이러한 응급처방은 최소한에 그쳐야 할 것이다. 정치 색채가 강하거나 정쟁으로 비화될 수 있는 정책도 가급적 완급을 조정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 시급히 처리할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면 다른 정책의 추진까지 어렵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급할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경제에는 특별한 왕도가 없다. 결국 이른바 펀더멘털이라 하는 경제체질 강화를 경제정책 수립의 원칙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체질 강화를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가. 최우선 과제는 투자 활성화다. 지난 10년간 우리 경제는 투자부진에 시달려왔다. 1998~2007년 평균 설비투자 증가율은 불과 2.6%로 경제성장률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투자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이 전제돼야 한다. 정책이 상황논리에 따라 조변석개할 경우 정책 불확실성의 증대로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다. 또한 투자지원책이 조속히 제도화ㆍ법제화돼야 한다. 감세, 기업 규제완화, 수도권 규제완화 등 상당수 정책은 법 개정이 동반되지 않으면 추진될 수 없다. 현재 국회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등 시급한 안건이 계류 중이다. 회기만료와 함께 주요 법안이 자동 폐기돼 국가적 낭비를 초래하지 않도록 17대 국회는 마지막까지 소임을 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경제체질 강화를 위해 투자활성화 다음으로 중요한 과제는 성장산업 발굴이다. 대외여건이 어려울수록 새로운 성장기회를 찾는 데 매진해야 한다. 고유가와 원자재 난은 위기임에 틀림없지만 관점을 달리하면 기회가 되기도 한다. 중동을 비롯한 신흥 자원부국들이 급증하는 자원수입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산업정책을 펴고 있으므로 플랜트ㆍ화학ㆍ정보통신 등 우리가 강점을 지닌 분야의 진출 기회가 그만큼 늘 것이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규제도 우리 산업에 타격을 줄 것이 분명하지만 이로 인해 신재생에너지 등 21세기형 신산업이 출현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향후 5년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다. 정부가 지향하는 세계 7대 강국 진입을 위해서는 양적ㆍ질적으로 실로 괄목상대한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 과거 우리 경제의 도약과정을 보면 항상 위기를 성장의 모멘텀으로 활용했음을 알 수 있다. 중화학공업은 1ㆍ2차 오일쇼크라는 혹독한 시련을 딛고 지금의 위치에 도달했으며 오늘날 세계를 누비는 정보기술(IT) 산업의 토대는 외환위기 시절에 형성된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부처 이기주의와 당리당략에 빠지지 않고 한마음으로 ‘경제하는 분위기’를 살려나간다면 무에서 유를 창조했던 우리 국민과 기업의 역량을 감안해볼 때 현 위기도 무난히 헤쳐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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