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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 잃은 남미 좌파블록 타격

■ 차베스 사망… 베네수엘라 어디로<br>강력한 리더십 가진 인물 없어<br>실용·시장주의 성장모델 득세<br>싼값에 석유받던 쿠바 등 위기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사망하면서 그를 중심으로 뭉쳤던 남미 좌파블록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우선 베네수엘라와 쿠바ㆍ볼리비아ㆍ에콰도르 등 정통 좌파연합의 고리가 느슨해질 수 있다. 현재 차베스만큼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NBC뉴스는 "에콰도르의 라파엘 코레아,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 등이 거론되나 이들 국가는 베네수엘라만큼의 석유를 갖고 있지 않아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NBC는 "차베스의 후계자로 지목된 니콜라스 마두로 부통령이 집권해 남미 좌파블록을 다시 결집할 수 있겠으나 군권을 장악한 디오스다도 카베요 국회의장과 당내에서 불화를 겪고 있고 국내외 인기도 차베스만 못한데다 카리스마까지 부족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남미에서 정통 좌파 이데올로기가 실용ㆍ시장주의를 내세운 중도좌파 혹은 우파에 잠식당할 우려도 있다. USA투데이는 "베네수엘라ㆍ에콰도르ㆍ볼리비아 등이 속한 '미주를 위한 볼리바르동맹(ALBA)'과 아르헨티나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쳐도 남미 전체 경제의 20%에 불과하다"며 "실용ㆍ시장주의를 내세운 중도좌파 성장 모델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통좌파를 이끌던 차베스가 사라지면서 남미 이데올로기의 중심축이 중도좌파로 급격히 쏠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모임인 미주협의회의 에릭 파른스워드 부회장은 "차베스의 죽음은 남미 정세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베네수엘라로부터 막대한 석유를 싼 값에 지원받던 역내 개별국가들의 경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2011년 베네수엘라로부터 36억달러가량의 석유를 공급받는 등 과거 수년간 도움을 받아온 쿠바에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된다. 로이터는 "차베스의 부재는 포스트 혁명세대로 정권을 이양하려는 쿠바에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외에도 볼리비아ㆍ에콰도르ㆍ니카라과ㆍ도미니카공화국 등 최소 35억달러 이상의 석유를 베네수엘라로부터 싼 값에 수입하던 국가들도 석유 수입이 끊길 위기에 처하면서 시름에 빠졌다. 국제시장에서 비싼 가격에 석유를 수입할 경우 물가상승 등으로 이어져 해당 국가의 좌파정권도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아르헨티나 출신 저널리스트로 퓰리쳐상을 수상자인 안드레스 오펜하이머는 "베네수엘라 물가상승률이 30%에 달하는 등 국내경제가 대혼란에 빠졌기 때문에 누가 차기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되든 라틴아메리카로 향하는 석유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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