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약 3시간의 회의 끝에 "안 주는 것이 분명히 맞다"고 못박았던 협회는 다음날 주최 측인 한화금융이 "대승적 차원에서 경품을 제공하겠다"고 하자 "스폰서의 입장도 소중하다"며 곧바로 유연해졌다.
사실 홀인원 부상은 출전선수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것이 맞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 2012~2015 골프규칙은 '아마추어도 받을 수 있다'고 올해 초에 개정됐다. 협회는 "R&A 골프규칙 원문은 줘도 되고 안 줘도 된다는 의미의 조동사 '메이(may)'로 표현했다"고 주장하지만 궁색한 얘기다. 연초에 글로벌 트렌드가 바뀌었음에도 KLPGA가 투어 대회요강을 손보지 않아 이런 혼란은 초래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일각에서는 아마추어가 프로의 영역을 휘젓는 데 대해 프로들의 불편한 심기를 담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이외에 협회는 경기진행 측면에서도 눈총을 받았다. 진행이 더뎌 명절 고속도로 상황을 보는 듯한 극심한 정체가 다수의 홀에서 목격됐다. 그 결과 4시간 반이면 끝날 한 라운드가 6시간 넘게 이어졌다. 급기야 박세리는 "프로암 경기도 이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고 불만을 드러냈고 최나연 역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대회의 느린 경기진행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도 한국과 같은 방식으로 전원이 오전에 차례로 출발하지만 5시간이면 끝나고도 남는다. 오전ㆍ오후 출발 방식 도입이 어려운 현실이라면 벌타 등 슬로플레이에 대한 엄격한 제재를 진작에 시행했어야 한다.
구자용 KLPGA 회장은 지난 3월 취임 일성으로 국내 투어의 선진화를 강조했다. 제도적으로 미국ㆍ일본에 뒤지지 않는 투어를 만들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관행을 중시하는 내부의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한 선진화는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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