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일본식 장기 불황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15일 싱가포르투자청(GIC)의 부회장 토니 탕의 말을 인용, 미국 신용시장의 붕괴로 민간 소비와 기업 투자에 심각한 악영향이 초래돼 세계 경제 성장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토니 탕 부회장은 유럽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한 회의에서 "글로벌 경제가 앞으로 수년간 심각한 침체에 직면할 것이며 세계 각국이 위기를 관리하는 데 정책 선택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각 국이 위기를 관리하게 위해 과도한 인기영합주의적 정책을 남발하게 됨으로써 경제에 더욱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싱가포르투자청은 1,000억달러이상을 운용하는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국부펀드로서 지난해 여름 서브프라임(비우량주택담보대출) 모기지 부실 사태이후 수십억달러씩을 글로벌 대형 은행인 UBS나 씨티은행 등에 투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올 8월말까지 서브프라임 부실과 관련해 5,000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했고, 주식시장에서 11조달러가 증발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탕 부회장은 "지금까지 각국이 일본식 장기 불황사태를 막기 위해 고심해 왔지만 그 조정과정은 수년간 해당 국가에 상당한 고통을 부과할 것"이라며 "현재 진행중인 미국의 신용위기와 이에 따른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파산 등 정리 과정은 세계 각국에 경기 하강 압력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탕 부회장은 나아가 "부동산 가격 하락이 예상외로 길어 진다면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더 많은 금융기관들이 쓰러질 수 있다"면서 "이 경우 세계 경제는 신용경색à 경기 침체 심화à 부동산 가격 하락à신용 위기 심화 등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이미 세계 경제의 절반 가까이가 경기침체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으며, UBS도 내년에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25%에 이른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편 일본에서는 지난 90년대 자산 버블이 붕괴하면서 부동산과 주식 가격이 폭락해 소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는 장기 불황을 촉발시켰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회복세를 보이던 일본 경제는 올들어 미국발 신용위기를 맞아 다시 경기 후퇴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분기 일본 경제는 성장율이 전년대비 3% 감소해 지난 2001년이래 최악의 상황을 보이고 있다. 이 기간동안 유럽 경제도 성장율이 0.2% 하락했으며, 미국은 3.3%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 8개월간 60만5,000개의 일자리가 줄어 들면서 경기침체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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